5년 전 모두를 놀라 게 만든 신인투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LG 트윈스 우투수 임찬규가 당찬 투구를 통해 1221일 만의 선발승을 올렸다.
임찬규는 16일 잠실 SK전에 선발 등판, 5⅔이닝 4실점했다. 5회부터 제구가 흔들리며 실점했으나, 4회까지는 완벽했다. 투구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면서도 패스트볼과 커브를 꾸준히 스트라이크 존에 넣었다. 최고 구속도 144km까지 찍혔다. LG는 11-4로 SK에 완승, 2연패서 탈출했고, 임찬규는 타선의 지원을 받아 승리투수가 됐다.
구속과 투구폼은 다르지만, 투구 내용은 2011시즌과 흡사했다. 당시 고졸신인이었던 임찬규는 그야말로 거침없는 투구를 했다. 대선배 타자들을 상대로 전혀 물러나지 않으며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당시 불펜진이 불안했던 LG는 임찬규를 시즌 초반부터 필승조로 기용했다. 시즌 중반에는 마무리투수까지 맡았다.
150km를 던지는 고졸 우완투수의 등장에 리그 전체가 술렁거렸다. 특히 이대호를 잡아내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타석에 누가 서든, 두려움 없이 시원하게 공을 던졌다. LG 마운드의 향후 20년을 책임질 투수가 등장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임찬규는 2011시즌 후반부터 고전했다. 너무 많은 경기에 나서며 체력과 구속이 함께 떨어졌다. 여파는 예상보다 길었다. 2012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선발투수로 전환했으나, 2년 연속 떨어진 구속을 회복하지 못했다. 2013년 겨울 경찰청에 군입대했는데, 군 생활 도중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까지 받았다.
수술 후 전력 투구를 해도 구속은 130km에 그쳤다. 그러나 임찬규는 좌절하지 않았다. 긍정적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였고, 시간을 두고 자신의 투구를 만들어가기로 했다. 올해 스프링캠프서도 “당장 내 자리를 찾기 보다는 팀이 필요로 할 때 나서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임찬규는 2016시즌 개막 후 한 달을 버티지 못한 채 2군에 내려갔다. 하지만 2군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에 전념하며 증량에 성공했고, 투구폼에도 변화를 줬다. 결국 후반기에 다시 1군에 합류했고, 5선발투수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아직은 과정이지만, 구위와 제구가 동반상승 중이다.
양상문 감독은 “찬규가 많이 좋아졌다. 구속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에 140km 중반대의 공을 꾸준히 던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이 정도면 선발투수로서 팀에 큰 힘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누구보다 화려한 데뷔 시즌을 보냈던 임찬규가 긴 터널을 지나 빛을 찾고 있다. / drjose7@osen.co.kr
[사진] LG 트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