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송은범에겐 악몽의 복귀전이었다.
한화 투수 송은범은 16일 대전 두산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22일 어깨 근육 미세손상으로 말소된 뒤 재활을 거쳐 25일만의 1군 복귀. 한화 구단 관계자는 "오늘(16일) 바로 등록한 것은 선발로 쓰기 전 점검 차원이다"며 그의 불펜 대기 가능성을 인정했다.
송은범은 이날 전까지 올 시즌 20경기 모두 선발로만 등판했다. 가장 최근 등판은 지난달 21일 대전 kt전으로 그 이후 26일간 실전 등판이 없었다. 이달 초부터 1군 선수단과 동행하며 재활 속도를 높였지만 2군 퓨처스리그에서 실전 등판은 따로 갖지 않았다. 그리고 이날 곧바로 1군에 등록이 됐다.
선발 윤규진이 5회 4안타를 맞고 2실점하며 스코어가 1-5로 벌어졌고, 김성근 감독은 미리 준비해둔 송은범 구원 카드를 꺼냈다. 불펜 필승조를 아끼고, 송은범을 점검하는 의미가 있었지만 2사 1·3루의 위기 상황이었다. 올 시즌 첫 구원등판으로 실전 준비 없이 1군 복귀전을 갖게 된 건 일종의 승부수였다.
몸이 덜 풀린 까닭인지 송은범은 첫 타자 김재환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2사 만루 위기에서 양의지를 상대로도 초구에 볼을 던졌다. 양의지와 7구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몸쪽 145km 직구가 양의지의 배트에 제대로 걸렸고,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비거리 125m 만루포. 스코어가 순식간에 1-9로 크게 벌어졌다. 송은범은 만루포를 내준 뒤에도 오재일에게 초구에 중전 안타를 맞았다. 결국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서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2피안타(1피홈런) 1볼넷으로 2실점. 한화도 두산에 3-13으로 대패하며 연승에 실패했다.
송은범의 총 투구수는 12개로 스트라이크(5개)보다 볼(7개)이 더 많았다. 직구 평균 구속은 144km로 부상 이전과 비교해도 차이는 없었지만 제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지친 마운드에 숨통을 트이게 할 송은범의 복귀였지만,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황에서 승부처 투입은 무리수였다.
한화는 8월 들어 선발투수의 구원 투입이란 깜짝 승부수를 자주 꺼내들고 있다. 지난 2일 광주 KIA전 파비오 카스티요, 11일 울산 롯데전 윤규진에 이어 이날 송은범까지 승부처에서 투입했지만 결과는 모두 패배였다. 갈 길 바쁜 한화로선 수포로 돌아간 승부가 너무 뼈아프다. /waw@osen.co.kr
[사진] 청주=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