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웅(21·롯데)은 자타가 공인하는 롯데의 차세대 에이스다. 지난해 박세웅을 영입하기 위해 롯데는 적잖은 반대급부를 kt로 보냈다. 그만큼 기대가 컸고, 박세웅은 그 기대치를 충족시켜 나가고 있다.
박세웅은 올 시즌 20경기에서 7승9패 평균자책점 5.26을 기록 중이다. 얼핏 보기에는 그다지 빼어난 성적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돌며 106이닝을 던졌고 107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107개의 탈삼진은 리그 전체 5위, 국내 선수로는 양현종(KIA·109개)에 이어 2위다. 무엇보다 만 21세의 선수가 선발 로테이션 완주를 노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요새 KBO 리그에서는 희귀한 케이스다.
7승이라는 수치에서 드러나듯 자신의 실력으로 자리를 따냈다. 140㎞ 중반에 이르는 빠른 공, 그리고 스플리터·슬라이더라는 변화구의 완성도가 어린 선수치고는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해 기복이 있다는 단점은 있지만 시간이 차차 해결해 줄 문제다. 리그 선발투수 중 박세웅만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어린 선수는 없다. 투수난에 시달리고 있는 현 KBO 리그의 실정을 비춰보면 롯데의 보물이라고 할 만하다.
이런 박세웅은 올 시즌 7승을 거두고 있다. 아직 생애 첫 두 자릿수 승수까지는 3승이 남았지만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 남은 경기수를 고려하면 최소 6~7경기 정도는 등판이 가능해 보인다. 타선 도움을 받아 승률 5할을 기록하면 10승에 이를 수 있다. 만 21세 투수가 10승을 기록하는 것 자체가 리그 전체로도 오래간만일 뿐만 아니라, 롯데에서는 20년 만에 나오는 의미 있는 기록이기도 하다.
롯데 역사상 만 21세 이하 투수가 10승을 기록한 사례는 6번, 3명이 있었다. 1991년 부산고 출신 신인이었던 김태형이 데뷔 시즌이었던 1991년 만 19세의 나이로 11승을 달성한 것이 처음이다. 이후 1992년 역시 신인이었던 염종석이 17승을 기록하며 두 번째 사례를 만들었다. 염종석은 당시 리그 MVP급 활약을 선보였다. 염종석은 이듬해인 1993년에도 만 20세의 나이로 10승을 거뒀다.
1994년부터 1996년까지는 주형광이 11승·10승·18승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이 고지를 밟았다. 그 이후로 롯데의 선수들은 아무도 이 업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비단 롯데 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리그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신인이 득세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박세웅이 롯데와 리그 전체에 중요한 발자국을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