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김성훈 감독 "배두나 민낯고집…감정 가릴까봐"[인터뷰③]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6.08.15 07: 59

워쇼스키 자매가 연출하는 미국 드라마 '센스8'을 현재 국내에서 촬영중인 배두나. '센스8'에서는 화려한 액션연기를 보여줄 것이 알려지며 화제에 올랐던 그가, 영화 '터널'에서 소화하는 인물은 터널에 갇힌 남자 정수(하정우)의 아내 '세현'이다.
영화를 본 관객 상당수가 '배두나의 민낯'을 인상적으로 꼽는다. 여배우의 완벽한 민낯은, 작품 속에서도 볼 기회가 흔치는 않다. 배두나는 '기본을 한 것뿐'이라고, 거론 자체를 쑥스러워 한다는 게 김성훈 감독의 설명이었다.
"민낯 얘기가 거론되는 걸 쑥스러워해요. 기본을 한 것 뿐이라면서요. 영화 맨 앞과 맨 뒤엔 기본 메이크업이 있어요. 그냥 평범한 아이 엄마가 하는, 그런 화장요. 그 외에는 진짜 민낯이에요. 도대체 어떤 여자가 남편의 사고를 접하고 메이크업을 하고 현장에 오겠어요. 배두나씨는 실제로 그것대로 한 것 뿐이라는 거죠. 메이크업으로 자신의 감정이 가려지는 것도 싫다고 했어요. CG가 아닙니다. 정말로 창백하고 지쳐보이는…항상 만족 이상이었어요. 예쁘게 못 찍어줘서 미안한 마음이 컸어요."

자신의 시나리오를 통해 표현하려던 세현이라는 인물을 완성시킨 것은 배두나라고 거듭해 극찬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이런 감정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제 머릿 속에서 나온 거죠. 그대로만 했으면 그건 가짜였을 것 같아요. 서서히 배어나오는 울음, 그러다가 막을 찢고 나오는 슬픔이 너무도 잘 표현됐어요. 그 연기가 너무 사실 같아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무너진 터널에 갇힌 남자, 기다리는 아내, 구조하려는 사람 등을 보여주면서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촌스럽지만 생명 자체가 희망이라는 것, 생명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시당하고 있는 시대는 아닌가, 혹시 어떤 목적 달성을 위해서 생명이 희생되는 일은 없는지에 대한 화두를 담았어요. '터널에 갇힌 것은 도룡뇽이 아니라 사람이다'는 대경(오달수)의 대사가 이를 전적으로 표현해요."
그럼에도 무겁지 않다. 극장에서 잊을만하면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은 그런 이유다. 다행히도, 김성훈 감독이 의도했던 구간에서도 관객들은 웃음은 터져나오고 있다.
"제가 웃는데, 관객들이 안 웃으면 버림받는 기분이에요. 저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나 싶죠. 동일한 장면에서 함께 웃는다면 공감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안심하고 볼 수 있게, 선물 같은 장치들이 많아요. 위로 받을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 gato@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터널'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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