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가 아웃카운트를 쌓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심지어 타자와의 승부에서 지고도 웃을 수 있다. 유희관(30, 두산 베어스)이 색다른 방법으로 초반 위기를 사전에 방지했다.
유희관은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8이닝 6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했다. 팀의 8-0 승리 속에 그는 시즌 12승(4패)째를 거뒀다. 팀과 개인 모두 3연승.
0-0으로 맞서고 있던 1회초와 2회초 두 번의 견제가 유희관을 살렸다. 1회초 선두 서건창과의 승부에서 6구까지 간 끝에 우전안타를 내준 그는 후속타자 고종욱 타석에서 적절한 1루 견제로 서건창을 1루와 2루 사이에 묶어 2루에서 태그 아웃시켰다. 선취점 위기를 미연에 막았다.
2회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도 선두 이택근과 6구까지 간 유희관은 볼넷으로 선두타자를 내보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음 타자 김민성을 상대로 공을 하나도 던지기 전에 견제부터 해 1루로 돌아오던 이택근을 벤치로 돌려보냈다. 2사에 대니 돈의 우전안타와 우익수 박건우의 실책이 겹쳐 득점권에 주자가 나갔지만 실점은 하지 않았다. 견제로 아웃카운트 하나를 챙겨둔 덕이 컸다.
이후에는 안정적인 투구가 지속됐다. 3회말 공격에서 타선이 6점을 얹어주자 유희관은 한결 어깨가 가벼워진 듯 빠르게 승부하며 한 이닝씩 지워나갔다. 6이닝을 소화해 퀄리티 스타트(QS) 요건을 충족했을 때도 투구 수는 91개밖에 되지 않았다.
이를 바탕으로 유희관은 8회까지 버텼다. 마무리 이현승이 전날 대구 삼성전에서 허벅지 통증을 느껴 이날 경기를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어 두산은 불펜에 부담이 생겼지만, 선발이 긴 이닝을 끌어줘 하루 동안은 아무 걱정 없이 넘어갔다.
총 114구를 던진 그는 어떤 구종을 활용하든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았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는 것도 많았고, 타자들의 방망이도 자주 이끌어냈다. 완급조절을 위해 가끔씩 던진 커브는 물론 자주 활용하는 포심 패스트볼과 싱커의 조합도 효과적이었다. 실점은 하나도 없었고, 주자 여러 명이 한꺼번에 나가 그를 괴롭힌 적도 없었다. /nick@osen.co.kr
[사진] 잠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