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名不虛傳). 명성이나 명예가 널리 알려진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의미다. 권오준(삼성)이 관록투가 빛났다.
권오준은 1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1⅔이닝 무실점(3탈삼진)으로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다. 삼성은 3-6으로 뒤진 6회초 수비 때 오재원의 중전 안타에 이어 박세혁의 희생 번트 그리고 류지혁의 볼넷으로 1사 1,2루 추가 실점 위기에 놓였다. 삼성 벤치는 박근홍 대신 권오준을 투입했다. 결과는 대성공.
권오준은 첫 타자 박건우와 8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삼진 아웃을 잡아냈다. 곧이어 허경민 또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과거 KO 펀치의 전성기 못지 않은 활약이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권오준은 민병헌(중견수 플라이), 김재환(1루 땅볼), 이우성(헛스윙 삼진)을 삼자 범퇴로 제압했다.
삼성은 7회말 공격 때 최재원의 내야 땅볼과 박해민의 우전 안타에 이어 최형우의 2타점 2루타로 7-6 역전에 성공했다. 경기가 이대로 끝난다면 승리는 권오준의 몫이었다. 하지만 장원삼, 그러나 8회 양의지의 우중간 적시타로 7-7 승부는 원점. 곧이어 9회 민병헌의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7-8 재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권오준은 권오준이었다. 그동안 130km 중후반에 머물렀던 권오준의 직구 최고 구속은 140km까지 나왔고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의 위력도 돋보였다. 무엇보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의 풍부한 경험은 최고의 주무기였다.
승부 근성이 남다른 권오준은 접전 상황에 출격해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점수차가 클때 등판하면 어수선한 상황에서 집중이 되지 않고 더 경직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접전 상황에서 등판하면 평소보다 더 집중하게 된다. 자신감이 향상되고 마음이 더욱 편해진다. 집중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집중이 된다. 그러다 보니 더 나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이날 포함 나흘동안 세 번 등판해 모두 무실점으로 막았다. 팀내 구원 1위 심창민이 허리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삼성 계투진은 빨간 불이 켜졌다. 위기에 처할수록 베테랑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 이날 경기를 통해 권오준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