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내내 타격 몰두...매일 더 나은 타자되는 게 목표
2000안타 다음 목표는 양준혁의 촤다안타 기록 경신
LG 트윈스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37)이 KBO리그 6번째 2000안타 달성자가 됐다. 박용택은 지난 11일 잠실 NC전에서 안타 2개를 터뜨리며 통산 2000안타를 기록했다. 박용택의 2000안타를 기념해 그동안 박용택과 나눈 이야기를 전달하는 특집기사를 마련했다. 두 번째 특집기사는 타격을 향한 박용택의 열정이다.
박용택의 삶은 야구, 특히 타격으로 가득하다. 취미이자 직업이 타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간히 패션잡지를 보고, 쇼핑하면서 남다른 패션 감각을 뽐내지만, 이 또한 타격과 비교하면 비중이 크지 않다. 오프시즌도 짧게 보낸다. 시즌 후 가족여행이 유일한 휴가다. 가족여행이 끝나면 매일 잠실구장이나 이천을 향하며 다음 시즌을 그린다. 안주는 없다. 항상 더 나아지기 위해 치열하게 연구하고 훈련한다.
절정은 오직 야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스프링캠프서 이뤄진다. 캠프 기간 박용택은 하루 24시간을 야구에 할애한다. LG의 한 20대 야수는 “캠프 기간 용택 선배님의 방은 야구로 가득하다. 노트북에는 신인 때부터 지금까지 용택 선배님의 타격폼을 담은 사진과 영상들이 들어가 있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영상도 엄청 많다. 침대 옆에는 트레이닝 기구들이 있다. 용택 선배님은 단체 훈련이 끝나면 더 혹독하게 개인훈련과 타격연구에 들어가신다”고 전했다.
실제로 박용택은 타격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쉬지 않고 섭취한다. 박용택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루틴이나 기사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캠프 기간에는 메이저리그 경기 영상도 많이 보지만,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어떻게 훈련하고 경기를 준비하는지 보는 게 더 도움이 된다. 데이비드 오티즈 같은 선수는 티배팅을 할 때도 경기 때와 똑같이 다리를 드는 동작을 하더라. 작은 부분 하나하나가 도움이 될 때가 많다”며 “억지로 관심을 가지려고 하는 게 아니다. 나도 모르게 보게 된다. 주위 사람들과 타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굉장히 좋아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타격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젊은 선수가 박용택 방에 들어갔다가 지옥훈련을 경험하는 경우도 자주 일어난다. LG 20대 야수는 “박용택 선배님께서 처음에는 그냥 가볍게 타격 영상들을 보여주셨다. 브라이스 하퍼 같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스윙을 보여주시면서 힘이 아닌 몸의 회전을 강조하셨다. 그런데 점점 야구시청에서 훈련모드로 변하더라”며 “선배님께서는 매일 자기 전에 힙턴을 해온다며 내게 시키셨고, 그 다음에는 악력 훈련에 들어갔다. 선배님께서 매일 하시는 모든 훈련을 따라했는데 나는 횟수를 다 채우지도 못하고 쓰러졌다. 처음에는 그저 야구를 보며 즐거웠는데 방에서 나왔을 때는 녹초가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올 시즌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유강남도 마찬가지. 유강남은 2014년 겨울부터 박용택의 전담마크를 받고 있다. 유강남은 “작년 캠프 때 일정이 끝나면 용택 선배님이 하는 루틴을 그대로 따라하곤 했다.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웨이트부터 순발력 훈련까지 정말 혹독하다. 한 번 하고 나면 바로 잠들곤 했다”고 돌아봤다. 박용택은 유강남을 두고 “타격에서 좋은 부분이 정말 많다. 작년 겨울에 강남이에게 1루수 전향을 추천하기도 했다. 포수는 할 게 워낙 많지 않은가. 어쨌든 언젠가 강남이의 타격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놀랄 것이다”며 웃었다.
매일 전쟁을 치르는 시즌 중에도 박용택은 최상의 결과를 내기 위해 집중한다. 원정길 휴게실에서 갑자기 새로운 영감이 떠오른다며 홀로 배트를 휘두른 것은 이제는 잘 알려진 일화다. 사고로 인한 부상이 아니면, 경기에 결장하는 경우도 없다. 양상문 감독은 “용택이는 언제나 경기에 나갈 수 있다고 한다. 이게 쉽지 않은 나이인데도 참 대단하다. 감독 입장에선 정말로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박용택은 “가장 자신 있는 게 매일 경기에 나가는 것이다. 예전에 김무관 코치님께서 ‘타자는 50%의 몸 상태로도 스윙할 수 있다’고 하셨다. 그 말이 사실이라고 본다. 컨디션이 좋다고 안타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반대로 컨디션이 나쁘다고 안타가 안 나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용택은 2008시즌 이후 7년 연속 10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올 시즌에도 95경기에 나서며 8년 연속 100경기 돌파가 유력하다.
2000안타 금자탑을 쌓은 박용택의 다음 목적지는 KBO 통산 최다안타다. 박용택은 “내가 당연히 해내야만 하는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는 해야지 연봉 값은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후년 FA 기간까지 신기록을 달성하면, 내 계약도 괜찮은 계약이 된다. 그러기 위해선 더 열심히 몸 관리하고 경기 준비도 철저히 할 것이다. 사고로 인한 부상만 안 당하면 된다. 부상 없이 꾸준히 잘 하는 모습 유지할 자신이 있다”며 “단순히 기록 외에도 더 해보고 싶은 게 많다. 그래도 타자라면 한 시즌 20홈런과 100타점은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앞으로 내가 수비와 주루에선 무언가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타격은 얼마든지 더 연구하고 노력하면서 더 잘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용택이 앞으로 안타 319개를 추가하면, 박용택은 양준혁을 넘어 KBO리그 통산 최다안타를 기록한다. 그리고 홈런 20개를 더하면, KBO리그 최초로 200홈런·2000안타·300도루를 모두 달성한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