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새 4번 타자로 자리매김한 정의윤(30)은 시즌 시작 전 구체적인 목표를 밝히지는 않았다. “그저 열심히 하겠다. 무조건 잘해야 한다”라는 각오로 답변을 대신할 뿐이었다.
그런 정의윤은 자신의 다짐을 실현해가고 있다. 11일까지 105경기에 나가 타율 3할3푼8리, 140안타, 24홈런, 8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61을 기록 중이다. 타율은 리그 9위, 최다안타 1위, 홈런 5위, 타점 5위, 총루타 1위, 멀티히트 경기수 1위, 장타율 6위, OPS 10위 등 고르게 최상위권 성적을 내고 있다. 외야 골든글러브가 가능한 성적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뒤에 나열한 성적이 아닌, 105경기에 나갔다는 점이다. SK는 올 시즌 105경기를 소화했으니, 전 경기 출전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의윤은 이에 대한 질문에 “사실 올 시즌 들어올 때 목표가 있었다. 이쯤 되니 이야기할 수 있는데, 그게 바로 전 경기 출전이다. 그 목표대로 가고 있다”라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감독들이 좋아하는 선수는 물론 잘하는 선수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선수가 바로 꾸준히 경기에 나서는 선수다. 3할을 칠 능력이 있어도 잦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면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그럴 바에는 2할7푼을 치더라도 전 경기에 나설 몸 상태를 갖춘 선수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코칭스태프로서는 전력에 대한 확실한 계산이 서기 때문이다.
정의윤이 올 시즌 목표를 144경기 출장으로 잡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 각오로 겨울부터 착실하게 몸을 만든 정의윤은 기복 없는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월별 타율은 모두 3할 이상이며, 모두 5개 이상의 홈런을 터뜨렸다. 8월 8경기에서도 타율 3할9푼4리, 3홈런, 6타점을 기록하는 등 전혀 지친 기색이 없다.
물론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의윤의 한 시즌 최다 출장 기록은 2013년 116경기다. 하지만 당시 타수는 367타수였다. 정의윤은 이미 414타수를 기록해 당시보다 더 많은 타석에 들어섰다. 몸이 계속 건강했던 것도 아니었다. 시즌 초반에는 허리 쪽에 약간의 통증이 있었고 최근에는 발목에 파울 타구를 맞으며 절뚝거리기도 했다. 이에 코칭스태프도 지명타자로 출전시키거나 경기 후반부에는 수비에서 빼주는 방법으로 정의윤의 체력을 관리 중이다.
물론 프로 선수가 완벽한 몸 상태로 경기에 나서는 경우는 한 시즌에 몇 경기 되지 않는다. 정의윤도 이를 알고 있다. 정의윤은 “잔부상은 지금 경기에 나서는 선수 모두가 가지고 있다. 부러지지 않는 이상 무조건 뛴다”라고 강조하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제 SK는 39경기가 남아있다. 정의윤이 남은 39경기도 완주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그렇다면 개인 최고의 성적도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