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차세대 거포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김동엽(26)은 8월 들어 타격감이 주춤했다. 8월 4일 삼성전부터 8월 10일 LG전까지 5경기에서 8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삼진은 4개였다. 출루 자체가 한 번도 없었다.
7월 두 번째로 1군에 콜업된 후 괜찮은 모습을 보이며 최승준의 부상 공백을 그럭저럭 메워가던 김동엽이었다. 7월 한 달 동안 타율 2할7푼8리를 기록했다. 특히 7월 26일부터 31일까지는 6경기 중 5경기 안타, 2경기 멀티히트, 3경기 홈런을 터뜨리며 타격감 상승을 알렸다. 그런데 8월 들어 타율이 뚝 떨어졌다. 이유는 변화구 승부였다.
오랜 공백이 있고, 아직 1군 투수들의 공이 낯선 김동엽은 변화구에 취약점을 드러냈다. 김동엽의 힘을 잔뜩 경계한 투수들이 약점을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포크볼이나 슬라이더와 같이 빠르게 떨어지는 공에 좀처럼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아무리 영상을 봐도 몸이 적응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일종의 성장통이었다.
4일 삼성전에서 차우찬은 김동엽을 상대한 두 타석에서 공 10개를 모두 포크볼로 던져 두 번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9일 LG 벤치는 김동엽이 타석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좌완 진해수를 그대로 밀어붙였다. 슬라이더가 장점인 진해수가 김동엽의 약점을 공략할 수 있음을 확신한 듯 했다. 실제 진해수는 몸쪽 슬라이더 3개를 연거푸 던져 김동엽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하지만 김동엽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김동엽은 “타격감이 최근 떨어진 것 같아서 정경배·손지환 타격코치님과 타이밍을 맞추는 연습에 주력했다”라고 밝혔다. 떨어지는 공에 대한 약점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김동엽은 “배트의 궤적 자체를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타격 매커니즘을 조금씩 조정해 나가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런 김동엽은 11일 인천 kt전에서 개인 첫 한 경기 3안타를 터뜨리며 팀의 10-3 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 3안타도 3안타였지만, 이날 변화구를 공략해 안타 2개를 만들었다는 점을 더 눈여겨볼 만했다. 김동엽은 3회 엄상백의 초구 슬라이더를 노려 중전안타를 만들었다. 6회에는 좌완 정성곤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역시 2타점 중전안타를 뽑아냈다.
홈런 스윙이 아닌, 변화구 궤적에 맞게 대처하면서 간결하고도 빠른 속도의 타구를 만들어냈다. 이에 대해 김동엽은 “오늘은 변화구를 노리고 있었다. 처음부터 변화구를 칠 생각이었다”라고 미소 지었다. 상대의 전략을 역이용한 것이다. 어쨌든 이날은 변화구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셈이 됐다.
동료들의 표현대로 ‘무자비한’ 힘을 가진 김동엽은 아직 완성형 선수라고 볼 수는 없다. 2군에서도 자기 스윙을 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 애를 태우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타석과 경험이 쌓이면서 치열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물론 앞으로도 수많은 헛스윙을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헛스윙 속에서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11일 경기에서 잘 드러났다. 그 발전과 힘이 접목되는 순간, 엄청난 힘을 갖춘 거포가 탄생할 수 있다. SK가 향후 2~3년을 기다려 줄 용의가 있는 이유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