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공백’ SK 마운드, 끝까지 버틸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8.12 05: 55

SK의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은 4.64다. 리그 3위 기록으로 1위 NC(4.56), 두산(4.58)과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총 6팀이 5점대 이상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아니 좋은 성적이다.
SK 마운드의 ‘선방’을 보여주는 지표는 또 있다. SK의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은 4.71로 4위였다. 지난해 리그 전체 평균자책점(4.87)보다 올해(5.19)가 더 높음을 고려하면 선방 중이라고 할 만하다. 실제 SK는 지난해 평균자책점보다 올해 평균자책점이 더 낮은 리그 유일의 팀이다. 규격이 상대적으로 작은 인천SK행복드림구장을 고려하면 분명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겨울의 사정을 고려하면 이 수치는 더 빛난다. SK는 불펜의 핵심인 정우람(한화)과 윤길현(롯데)이 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났다. 마땅한 대안 수혈은 없었다. FA 시장에 나온 투수들을 눈여겨볼 만도 했지만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판단 속에 내부 육성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럼에도 힘을 내고 있다. 한 해설위원은 “급격하게 축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선도 있었는데 지금까지는 잘 버텼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의 공백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불펜은 확실한 필승조 라인을 구축하지 못한 채 얼굴이 여러 번 바뀌고 있다. 믿었던 베테랑 선수들의 부진이 뼈아프다. 박희수의 부활, 채병룡의 재기가 없었다면 벌써 무너졌을 법한 라인이라는 평가는 그렇게 자극적이지 않다.
외국인 선수 영입도 과감하지는 않았다. 크리스 세든을 방출했을 때, 많은 야구계 관계자들은 “SK가 상위권 도약에 승부를 걸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은 타 팀 유니폼을 입었지만 에릭 서캠프, 데이비드 허프 등도 SK가 관찰한 선수였다. 하지만 SK는 총액 23만 달러 선수인 브라울리오 라라로 도박을 걸었다. 라라는 완성형 투수가 아닐뿐더러, 올해는 불펜으로 줄곧 나섰던 선수다.
실제 팔꿈치 통증까지 겹친 라라는 지난 6월 말 입국한 이래 지금까지 6경기(선발 4경기) 출전에 그쳤다. 선발승은 하나도 없다. 6이닝 이상 소화도 한 번밖에 없었다. “외국인도 육성형”이라는 말이 나왔다. 갈 길 바쁜 현장에 지원이 미비했다는 평가는 분명 일리가 있다. 설상가상으로 에이스 김광현은 7월 2일 이후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어쨌든 마운드가 크게 무너지지는 않았으니, 최소한의 저력은 과시했다고 할 만하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불펜 투수들의 체력적 문제가 서서히 가중될 때다. 타 팀에 비하면 이닝 소화는 관리가 잘 된 편이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변수가 크다. 11일에는 마무리 박희수가 무릎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악재도 맞이했다. 부상 정도가 크지 않아 열흘 정도 치료를 하면 올라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게 위안이나 큰 구멍이 하나 더 생겼다.
이런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있을지는 올 시즌 SK의 가을야구 성사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가뜩이나 치열한 5강 싸움에서 지금 처지면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어쨌든 5할에서 버텨야 한다. 마운드의 힘이 가장 중요함은 물론이다.
다행히 호재가 없지는 않다 젊은 선수들이 번갈아가며 힘을 내고 있고, 에이스 김광현은 12일 2군 재활등판을 갖고 1군 복귀 시점 저울질에 들어간다. 김광현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면 선발진은 천군만마를 얻는다. 트레이드로 얻은 임준혁,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라라까지 동반 상승세를 탄다면 금상첨화다.
SK는 11일 현재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치렀고, 이에 잔여경기 일정은 상대적으로 덜 빡빡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마운드에 여유가 있을 일정은 반드시 찾아온다. 일찌감치 2군에 내려가 조정을 마친 불펜 요원들(박희수 신재웅 전유수 정영일)도 한 번쯤 그래프가 오름세를 그릴 때가 됐다. 박희수가 치료를 마치고 돌아올 때는 완전체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 고비를 버티면 SK 마운드는 장기적인 밑그림도 그려갈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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