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형님’PD “폐지위기 돌파했지만 지금도 비상사태”[인터뷰③]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6.08.15 10: 00

JTBC ‘아는 형님’이 ‘대세 예능’이라고 불리기까지 8개월여의 시간이 걸렸다. 말 그대로 서러운 무명의 시간을 이겨내고 ‘핫’한 예능이 됐다. 방송 시작 후 5개월여 동안 시청률 1%대를 기록하며 이대로 막 내리는 거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방송 초반 강호동을 비롯해 서장훈, 이수근, 김희철, 민경훈, 황치열, 김영철 등 독특하고 신선한 조합으로 방송을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화제가 되지 않았고 마니아층만 있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마니아들만 좋아하는 예능이 되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아는 형님’은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으며 과감하게 포맷을 변경하면서 맞는 옷을 찾았다. 4개월여 동안 무려 두 번 포맷을 변경했고 지금의 ‘형님 학교’로 자리를 잡았다. ‘형님 학교’도 초반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형님들의 케미스트리가 점차 빛을 발하면서 마니아층뿐 아니라 많은 대중이 찾는 예능이 됐다.

- 이제 방송한 지 8개월 됐는데 자체 평가를 해보자면?
▲ 수많은 위기와 험난한 시간, 그리고 어려운 인고의 시간이 있었지만 잘 버텨서 어느 정도의 인지도와 어느 정도의 시청률을 이뤄낸 것에 대해 제작진과 출연자들에 자부심이 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제작진이나 형님들이나 절대로 여기서 자만하거나 ‘아 이제 괜찮다’라고 아무도 생각 안 한다. 방송을 8개월 했는데 화제성이나 시청률이 높아진 게 얼마 안 됐다. 5~6개월 힘들었기 때문에 출연진이나 제작진이나 항상 긴장하고 있는 DNA가 있다. 시청률 나오기 전에 떨린다. 일요일 아침에 시청률 표를 펼치면 그동안 시청률이 잘 안 나온 걸 오래 경험해서 그런지 늘 긴장한다. 하지만 그게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긴장감이 기분 좋게 유지되고 있다. 안주하지 않고 모두 긴장하고 아직도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통편집했지만 보라와 리지가 출연해서 형님들과 새로운 포맷에 대해 고민했던 방송이 여운혁 국장님이 비상사태를 선언했을 때인데 지금 비상사태가 해제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청률이 낮았을 때 폐지 얘기가 나왔지만 그런 분위기를 견뎌왔다. 시청률 3%가 넘은 지 얼마 안 됐다. 여전히 긴장하고 있다. 섭외도 잘해야 하고 콩트도 잘해야 하고 최근에 인사이드 코너 쉬는 것도 실패확률을 줄이려는 거다.
- 그간의 부진을 겪으면서 많은 고민이 있었을 텐데?
▲ 학교 콘셉트로 바꾸기 전 정신승리대전 할 때 여운혁 국장님과 회의하면서 항상 화두에 올랐던 게 ‘왜 우리는 15회를 하면서 화제가 안될까’였다. 우리끼리는 재미있는데 왜 화제가 안 되는 건지 고민했다. 여러 의견이 나왔는데 멤버가 문제인지에 대한 고민도 했다. 하지만 멤버가 문제라면 새로운 멤버를 영입한다고 해서 달라질지 회의를 많이 했는데 결론은 사람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멤버 문제면 교체를 하는 등 과감하게 시도를 했을 수도 있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포맷에 대해 고민했고 지금의 ‘형님 학교’ 콘셉트가 탄생했다. 운이 좋았다. 제작진이나 작가, 출연진 모두 고생했는데 확실한 건 학교 내에서 형님들 캐릭터가 매력적이라는 거다. 그들이 자신의 못난 과거를 가지고 농담하고 전학생이 와서 형님들의 과거를 언급하는 것에 대해 형님들이 절묘하고 귀엽게 잘 받아들여 주는 것 같다.
- 이상민은 어떻게 합류하게 된 건지?
▲ ‘아는 형님’이 화제가 안 된다고 해서 멤버구성에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에 이상민을 합류한 건 아니다. 합류했을 당시 화제가 안됐던 인물인데 제작진 입장에서 파격적인 카드는 아니었다. 정신승리대전 1회 때 이상민이 합류했는데 강호동이 MC를 맡고 형님들을 양 팀으로 나눴는데 사람 수가 안 맞더라. 그래서 단순하게 게스트로 이상민을 섭외했다. 정신승리대전은 과거를 들추고 아픈 과거를 되짚는 토크쇼라 인생 경험이 많은 이상민이 생각났다. 아픈 상처도 있고 입담도 좋고 멤버들과 잘 어우러졌다. 첫 출연이었는데 토크쇼 콘셉트에 맞춰서 잘해줬다. 국장님과 제작진이 이상민이 괜찮은 멤버라고 생각했고 학교 콘셉트로 바꾼 후에도 같이 했다. 황치열이 오랜 시간 부재 상태였고 형님들과 친하고 잘 어울려서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지금 제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 ‘형님 학교’는 게스트들을 막(?) 대하는 매력이 있는데?
▲ 학교와 반말이라는 설정이 있어서 가능하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7명의 형님이 다 짓궂다. 학교로 치면 학창시절에 꼭 한 명씩 있었던 캐릭터다. 그게 절묘하게 떨어졌다. 의도하고 캐스팅해서 ‘형님 학교’를 꾸린 것도 아니고 ‘형님 학교’를 시작하면서 일부러 만든 캐릭터가 아니다. 강호동이 동생들에게 당하고 김영철이 구박받는 등 방송 초반에 이미 지금의 캐릭터가 구축돼 있었다.
지금은 보완돼서 구축된 거다. 그게 운이라고 생각하는 점이다. 제작진이 머리 써서 캐릭터 조합을 만든 게 아니다. 아무래도 캐스팅할 때 케미를 고려하는데 지금 멤버 간의 호흡이 딱 떨어지는 것 같다. 이게 프로그램의 운이라고 본다. 학교 콘셉트와 형님들이 잘 맞아 떨어졌다.
- 시청자들 반응 중에 어떤 반응이 가장 좋은지?
▲ 형님들 케미를 칭찬하면서 ‘이 프로그램 오래갔으면 좋겠다’는 댓글이 좋다.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패밀리 예능이 있는데 JTBC는 ‘아는 형님’ 전까지는 없었다. 모든 예능 PD들이 ‘1박2일’이나 ‘무한도전’, ‘런닝맨’ 같은 프로그램을 꿈꾸는데 ‘아는 형님’이 잘 돼서 JTBC를 대표하는 패밀리 예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kangsj@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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