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말까지 2볼넷 노히터로 두산 타선 봉쇄
시간 지나 구위 회복하면 더 좋은 피칭도 가능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거른 홍건희(25, KIA 타이거즈)가 연패를 끊어줄 수 있는 역투를 펼치며 4연승을 달성했다.
홍건희는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서 5이닝 2피안타 5탈삼진 6볼넷 3실점했다. 4회까지 무결점 피칭을 해낸 그는 타선의 도움을 받고 팀의 12-4 승리 속에 시즌 4승(2패)에 성공했다. 개인 4연승도 이어갔다.
4회말까지는 완벽에 가까운 피칭이었다. 김재호와 민병헌을 볼넷으로 내보내기는 했지만 피안타는 하나도 없었다. 투구 수가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두산 타선을 상대로 4이닝 동안 실점이 없었다는 것만으로도 높게 평가할 수 있는 피칭 내용이었다.
노히터 행진이 깨진 것은 승리 요건을 앞둔 5회말. 1사에 오재일과 오재원을 연속 볼넷으로 내보낸 홍건희는 2사에 외야 좌중간에 떨어진 박건우의 3루타에 첫 안타 허용과 함께 2실점했다. 좌익수 김주찬이 다 쫓아갔지만 공을 잡지 못한 점이 KIA로서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이후 홍건희는 허경민과 9구까지 간 끝에 볼넷을 내줬고, 민병헌 타석에서 외야 우측에 떨어지는 적시타가 나오며 3점째 실점했다. 하지만 김재환을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해 승리 요건은 지켰다. 총 108구를 던진 홍건희는 팀이 5-3으로 앞선 6회말 베테랑 최영필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물러났고, 불펜이 승리를 지켜 승리투수가 됐다.
좌타자보다 우타자가 많이 포진한 두산 타자들을 상대로 홍건희가 가진 공 중 위력적인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조합이 돋보였다. 특히 닉 에반스를 상대로는 2회말과 5회말 모두 2S의 유리한 볼카운트에 높은 코스로 패스트볼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유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높은 볼에 타자들의 방망이가 나간다는 건 그만큼 투수가 던진 공에 힘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2S 이후에는 타자들이 비슷한 공이면 방망이를 내야 하기에 스윙 빈도가 높아지지만, 홈 플레이트 부근까지 힘이 죽지 않고 들어왔기에 타자들도 거의 가슴 위로 들어오는 공에까지 손을 댈 수밖에 없었다.
이번 시즌 자신의 최고 구속인 151km에는 못 미치는 146km이 이날 최고 구속이었지만, 힘 있는 공과 예리한 슬라이더의 조합은 우타자 위주의 타선을 제압하기엔 충분했다. 김기태 감독은 경기 전 홍건희에 대해 “몸 컨디션은 100%다. 다만 한창 좋을 때 아파서 지금 구위가 (가장 좋았을 때) 그 정도는 아닐 것 같다”고 했다. 가장 좋았을 때의 구위가 아님에도 이러한 공을 던질 수 있다면 앞으로는 더 좋은 내용의 피칭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nick@osen.co.kr
[사진] 잠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