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톡]전도연과 한승연은 왜 '똥차'에 목을 맬까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8.12 10: 02

현실에서 연애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답답한 유형은 매번 못된 애인의 용서할 수 없는 점들을 말해 놓고는 절대 헤어질 생각이 없는 인물일 것이다. 헤어지고 말고는 각자의 사정이라지만, 늘 답도 없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입장에서는 감정의 배출구가 된 기분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넌 왜 이렇게 똥차에 목을 매니?”라고 대놓고 묻고 싶은 심정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쉽사리 끊어지지 않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는 점에서는 일견 이들을 이해할 수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 극도로 현실적인 인물들은 영화나 드라마에도 종종 등장한다. 최근에는 tvN ‘굿와이프’의 전도연과 JTBC ‘청춘시대’의 한승연이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

먼저 ‘굿와이프’의 김혜경(전도연 분)은 한 없이 가정적인 줄만 알았던 남편 이태준(유지태 분)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커리어도 포기하고 내조에 나설 만큼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데 힘써 왔던 김혜경은 돌연 남편의 섹스 스캔들과 마주하게 됐다.
잘 나가는 스타 검사 이태준과 윤락 여성이 정사를 벌이는 광경은 전파를 타고 온 국민에게 퍼졌고, 이 사건은 당연히 김혜경까지 영향을 미쳤다. 모든 사람들이 김혜경을 비웃음 혹은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강단 있는 김혜경은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지만, 그 속이 얼마나 곪아 터졌을 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바다.
그런 데다가 이태준은 성상납 의혹 말고도 정·재계와 관련된 비밀스러운 사건에도 연루돼 있다는 정황이 포착된 상태. 아무리 김혜경에게만은 사랑꾼인 남편일지라도 실망감이 컸을 터다. 또 가장 가까운 사이인 이태준의 진짜 모습을 15년 동안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은 김혜경에게 막대한 시련이다. 심지어 이태준은 가족의 믿음을 언론 플레이에 이용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김혜경은 이태준을 저버리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를 믿는 두 자녀들 때문에도 그렇고, 15년을 지켜 온 가정을 한 순간에 깨고 싶을 리 없다. 사법연수원 동기 서중원(윤계상 분)의 조력과 적극적 구애가 있음에도, 김혜경은 아직까지 망설이고 있다.
한편 ‘청춘시대’의 정예은(한승연 분) 역시 2년 사귄 남자친구 고두영(지일주 분)에게 헌신 하지만, 이는 헌신짝이 돼서 돌아온다. 매번 고무장갑과 앞치마를 착용하고 고두영의 자취방 살림을 도맡아 하는 정예은이지만, 남자친구는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 데이트 약속을 마음대로 어기는 것은 예사고, 1주년 기념일을 잊어버리고는 지나가다 받은 향수 샘플을 선물이랍시고 건넨다. 정예은이 자취방에서 깊은 스킨십을 요구하는 고두영에게 “생리 중이다”라고 거부하면 “그럼 왜 왔냐”고 화를 내는 경우도 보인다.
자격지심도 보통이 아니다. 데이트 도중 유기견 보호 관련 서명에 참여한 정예은이 학교 이름을 같이 적자 고두영은 버럭했다. 명문 대학에 재학 중임을 자신 앞에서 뽐내는 것이냐는 이유였다. 뿐만 아니라 데이트를 중단하고 정예은의 하숙집 앞에 도착한 그는 차에서 강제로 여자친구를 끌어 내려 땅바닥에 내팽개친다. 이제는 정예은의 친구인 강이나(류화영 분)에게 수작을 걸기까지 한다.
정예은은 하우스 메이트들에게 속사정을 털어 놓고 고두영과 헤어질 것을 결심했다. 그를 끊어내야만 하는 근거를 어림잡아도 수 만 가지는 됐다. 그러나 정예은은 데이트 폭력을 가하고도 사과는 커녕 아무일 없었다는 듯 자신의 앞에 앉은 고두영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외려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정예은의 안에서는 ‘좋아한다’는 이유가 다른 모든 장애물을 이겼던 것이다.
김혜경과 정예은은 왜 이리도 힘겨운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것일까.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답답해지는 두 사람이다. 그러나 주변에서 너무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을의 연애’ 혹은 ‘연애 호구’의 모습이 괜한 연민을 들게 하기도 한다. 김혜경과 정예은이 더 이상 나쁜 남자에 목을 매지 않고 부디 당당한 새 출발을 하길 바라 본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굿와이프’·‘청춘시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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