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21, 한국체대, 세계 21위)과 임레 게자(42, 헝가리, 3위)는 각본 없는 드라마의 주연과 조연이었다.
한국 에페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은 펜싱 대표팀 막내 박상영이었다. 대역전극이라 더 짜릿했다. 박상영은 1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아레나3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결승전서 게자에게 15-14로 대역전승하며 금메달을 땄다.
박상영은 세계 강자들을 하나둘씩 도장깨기했다. 16강전서 세계 2위 엔리코 가로조(27, 이탈리아)를 꺾은 것을 시작으로 막스 하인처(29, 스위스, 10위), 벤자민 스테펜(34, 스위스, 13위)을 차례로 물리쳤다.
결승전은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박상영은 10-14로 뒤지다 내리 5점을 뽑아내는 기적을 연출했다. 자신의 첫 올림픽 무대에서 돌아온 건 그의 미소 만큼이나 반짝거리는 금메달이었다.
펜싱에서 에페는 동시타가 있어 플뢰레와 사브르에 비해 열세를 뒤집기 힘든 종목으로 꼽히는데, 박상영은 그 한계를 뛰어넘어 4점의 열세를 뒤집었다. 게다 그 무대는 첫 올림픽 결승전이었다. 끈기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달콤한 결실을 맺은 셈이다.
게자는 가장 아름다운 패자였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서 개인전 동메달,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단체전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는 금메달을 위해 이번 대회까지 5번이나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약관을 막 넘긴 '신예'에서 시작된 게자의 올림픽 금메달 도전은 리우에서 불혹을 넘긴 '백전노장'의 불굴의 투혼으로 바뀌어 있었다.
정상고지 점령 직전 거짓말 같은 패배의 쓴잔을 들이켰지만 그의 끝날 줄 모르는 무한도전은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안겼다.
인생의 막다른 골목과 마주하거나 도전해도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할 때, 우리는 쉽게 낙담하거나 좌절하곤 한다. 박상영의 끈기와 게자의 포기할 줄 모르는 도전정신은 우리에게 큰 메시지를 던졌다.dolyng@osen.co.kr
[사진] 리우(브라질)=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