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포드 익스플로러, “또 도전장을 받았다, 나는 챔피언이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6.08.10 08: 25

“도전하는 젊음이 아름답다.” 스포츠 현장에서 흔한 말이다. 젊은 그들에게 새로운 도전은 늘 가슴 뛰는 일이다. 그런데 만약 그랬던 그가, 맹렬한 도전을 받는 입장이라면?
원론적이지만 간단히 이렇게 정리할 수도 있다. 도전을 받는 자체를 새로운 도전으로 여기면 된다. 그리고 내심 위안 삼을 수 있는 전제는 ‘내가 챔피언이기 때문에’ 도전을 받는다.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서 포드 ‘익스플로러’의 선전은 상식을 뒤엎는다. 덩치 큰 미국차, 그것도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차가 스테디 베스트셀링카라니. 그러나 이 또한 시각만 달리하면 당연한 귀결이 된다. 그 차급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를 적확히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마니아층은 일단 한번 형성 되고 나면, 그 땅 이야말로 블루오션이다. 남들이 시뻘건 바다에서 사활을 건 혈전을 펼치고 있을 때 느긋하게 표정관리를 할 수 있다. 

충성도 강한 소비자층으로부터 오랜 시간 사랑을 받고 있는 익스플로러만의 매력, 그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포드의 ‘2016 뉴 익스플로러’는 부담스러운 크기에 연비는 고작 7.9 km/ℓ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2.3L 에코부스트 모델이 5,600만 원(부가세 포함)이다. 이런 차가 불티나게 팔린다. 여기저기서 롤 모델로 간택 되고 있다. ‘큰 차’를 몰고 싶은 이들에겐 드림카이고, 자동차 메이커들엔 타도의 존재이자 벤치마킹의 대상이다.
익스플로러는 1990년 미국에서 처음 출시된 이후 세계 시장에서 700만 대가 넘게 팔렸다. 작년 9월 우리나라에 출시 된 ‘2016 뉴 익스플로러’도 이전 모델의 인기를 변함없이 잇고 있다. 이 차는 개선된 2.3L 에코부스트 엔진을 최초로 탑재해 힘과 효율성을 높인 부분 변경 모델이다.  
겉보기에도 ‘큰 덩치’는 맞다. 그런데 바깥에서 보던 것과 차 안에 들어갔을 때 와 닿는 느낌은 또 다르다. 차 안에 들어가면 훨씬 더 크다. 흔한 남자의 운전 습관대로 왼 팔꿈치를 들어 차창에 기대려 했다. 그런데? 닿질 안는다. 운전석 시트의 높이는 조절 범위가 엄청나다. 최저로 낮추면 매달린 듯하고, 최고점으로 높이면 서서 운전하는 기분이 들 정도다. 
운전대의 거리와 높낮이도 시트 높이에 따라 크게 바뀐다. 오죽했으면 브레이크 높이를 조절하는 버튼까지 있어야 할까? 엄청난 사이즈에 운전자는 일단 기죽는다. 그런데, 일단 차와 친해지고 나면 큰 덩치는 의외로 자상하게 변한다. 배려심이 크고, 세심하며 포용력이 대단하다. 그 큰 덩치가 나긋나긋 해 보이기까지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2.3리터 다운사이징 엔진
포드는 ‘2016 뉴 익스플로러’ 모델을 내면서 2.3리터 다운사이징 엔진을 선보였다. 그러나 그냥 배기량만 낮출 리가 없다. 에코부스트 엔진이다. 
2.3L 에코부스트 엔진은 첨단 트윈-스크롤 터보 차처 시스템과 가솔린 직분사 기술의 조화가 핵심이다. 274마력의 최대 출력과 41.5kg·m의 최대 토크를 낸다. 이 스펙은 당장 기존 3.5L Ti-VCT V6 엔진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출력은 3.5L의 294마력에 비해 다소 밀리지만 토크는 35.3kg·m이던 것에 비해 15%가 향상 됐다. 다운사이징 된 4기통 엔진으로 3.5L V6에 견줄만한 충분한 파워를 내며 7.9 km/ℓ나(?) 되는 연비를 가능하게 했다.
실 주행에서는 두 엔진의 차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높아진 토크 덕분에 체감 파워가 더 크게 와 닿을 수도 있다. 배기량을 1,000cc나 줄였는데 동등한 성능을 발휘한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휑한 공간을 뭘로 채울까? 여유?
‘2016 뉴 익스플로러’가 마니아 그룹을 만족시키는 미덕은 역시 ‘여유’에서 찾을 수 있다. 체구는 듬직하고, 디자인은 안정적이며, 출력은 충분히 쓰고도 남는다. 여기에 온갖 안전장치와 편의 사양도 그득하다.
대형 SUV에 필수적인 인텔리전트 4WD를 당연히 갖췄고, 셀렉트시프트 6단 자동변속기, 스티어링휠에서 변속기를 제어하는 변속 패들을 기본형부터 달고 있다. 그러나 실제 운전에서는 패들시프트가 할 일은 크게 없다. 운전상태를 스포츠 모드로만 전환하면 2,000~3,000에서 놀던 RPM 게이지가 3,000~4,000으로 뛰어오르며 헤비급 차체가 경량급으로 변신한다. 경쾌한 드라이빙이 뒤따른다.
반 자율주행 성능도 인상적이다. 핸들링에 은근하게 개입하는 힘이 거슬리지 않는다. 차선이 실선으로 표시 된 구간에서는 코너에서도 믿음직스럽다. 점선 구간에서는 불안감이 남아 있지만 양 차선의 중간으로 차를 이끄는 재주는 뛰어나다.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Lane Keeping System),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제동 보조기능이 있는 충돌 경고 시스템도 반 자율주행을 이끄는 기본 요소다.
운전자가 직접 느끼기에 미세하기는 하지만 ‘지형 관리 시스템(Terrain Management System)’이라는 장치도 있다. 노면 상태와 주행환경에 맞게 다이얼을 설정하면 주행 중에도 전·후륜 독립식 서스펜션을 조절해 차체를 제어해 준다.  
써 먹을 일은 없어야겠지만 2열 시트에는 안전벨트 에어백도 달렸다. 위기 순간에 안전벨트에 부착 된 에어백이 터져 2열에 주로 앉을 자녀들을 보호해 주는, 포드의 트레이드 마크다.
‘어드밴스드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는 평행 주차, 수직 주차, 파크 아웃 어시스트 기능을 수행해 비좁은 평행주차 공간에서도 부담 없이 위치를 잡을 수 있게 도와준다.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BLIS)은 주차 및 주행 중에도 차량 주변에 있는 장애물을 감지해 알려준다.
공간 활용성은 엄청나다. 3열까지 사람을 모두 태우고도 594L의 적재 공간이 남아 있고, 2, 3열 좌석을 모두 접으면 양문형 냉장고를 실을 수 있을 정도인 2,313L의 공간이 나온다.
익스플로러가 갖고 있는 다양한 재주 중에는 일상 주행에서 상당히 쓸모 있는 것들도 있고, 사실상 있는 지도 모르고 넘어갈 기능들도 있다. 그래도 가장들은 안다. 현관에 보조 자물쇠를 하나 더 달아 놨을 때의 든든함을. 그게, 모두 다 갖추고 싶은 남자들의 여유다. 
수많은 도전을 덤덤히 받아냈더니 새로운 기회도 왔다. 폭스바겐의 디젤 게인트에서 촉발 된 소비자 인식 전환이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대형 SUV ‘익스플로러’에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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