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솔직하다] ‘역대급 로또’ 기로에 선 SK 타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8.10 10: 00

홈런은 누가 뭐래도 야구의 꽃이다. 단번에 득점이 올라갈 수 있음은 물론 경기장 분위기를 바꾸는 데 이만한 약이 없다. 홈런 타자의 가치가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그만큼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9일까지 KBO 리그에서는 총 1만93개의 안타가 나왔다. 이 중 홈런은 1040개로, 비율로 따지면 10.3%에 불과하다. 안타 10개가 나올 때 하나 꼴로 홈런이 터진다는 것이다. 결코 높은 확률이 아니다. 또한 홈런을 노린 스윙은 자연스레 커지기 마련이다. 정확도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외야플라이를 노렸는데, 잘 맞아 홈런이 됐다”라는 선수들의 단골 멘트에는 꽤 많은 진리가 담겨 있다.
그런 측면에서 SK 타선은 어쩌면 부러움의 대상일지 모른다. SK는 올 시즌 103경기에서 138개의 홈런을 터뜨려 리그 1위에 올라있다. 모든 팀들이 얻고 싶어 하는 ‘홈런 군단’의 칭호를 차지했다. 시즌 전부터 규격이 작은 홈구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매진했고 예상보다 일찍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문제는 홈런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홈런이 아니면 점수가 나지 않는 답답한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SK는 올 시즌 홈런으로 낸 점수가 231점에 이른다. 이는 팀 전체 득점(539점)의 42.9%에 해당한다. 득점 대비 홈런 의존도는 최근 10년간 리그 최고 수치다. KBO 공식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의 집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이 부문 최고 수치는 2009년 한화의 41.1%였다. 2010년 롯데(39.8%), 2009년 KIA(39.1%), 2015년 롯데(38.8%)가 그 뒤를 따른다. SK의 올 시즌 수치는 일견 화끈해 보이지만 기형적인 면모도 숨어있는 것이다.
SK의 팀 타율은 2할9푼1리로 리그 5위이며, 리그 평균(.289)보다 더 좋다. 홈런까지 잘 터지고 있으니 팀의 기대득점은 올라가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득점은 최하위 kt(464점)에 이은 뒤에서 두 번째 성적이다. 홈런의 힘이 배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출루율과 연관이 있다. SK 타자들은 올 시즌 성향이 공격적으로 변했다. 초구부터 방망이를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는 긍정적인 효과도, 부정적인 효과도 있다는 점에서 어느 쪽이 옳다고 단칼에 말할 수 없다. 실제 올 시즌 SK의 초구 타율은 무려 4할5리로 압도적인 리그 선두다. 초구에만 33방의 홈런이 나왔다. 이 역시 리그에서 가장 많다.
어차피 볼 카운트가 몰리면 아무리 좋은 타자도 타율이 떨어지게 되어 있다. 노림수가 있다면 빠른 승부를 거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다. 문제는 그런 공격적인 성향 속에 출루율까지 다 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SK의 초구 헛스윙 비율은 8%로 리그에서 가장 높고, 스윙 비율 또한 10.5%로 가장 높다. 반대로 볼 비율은 36.7%로 리그에서 가장 낮다. 그런 상황에서 출루율은 3할5푼5리로 리그 9위까지 떨어진다. 결국 홈런이 아니면 득점을 내기 어려운 양상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팀의 공격적인 배팅 성향을 마냥 나무랄 것은 아니다. 당장 팀 출루율이 극단적으로 향상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적어도 현재 팀 구성상으로는 이런 양상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결국 관건은 득점권 상황에서 홈런이 아닌 다른 힘으로 주자를 불러들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SK가 현재 가장 모자란 부분이다. SK의 득점권 타율은 2할6푼7리로 시즌 팀 타율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득점권 타율도 궁극적으로는 타율에 수렴한다는 점에서 ‘언젠가는 될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득점권에서는 상대도 실점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수를 들고 나오기 마련이다. SK가 이 벽을 뚫는다면 장타력과 집중력을 갖춘 타선으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 남은 40경기에 가장 큰 무기가 될 것임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순위표에서 계속 고전할 수밖에 없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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