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오락가락 판정-원칙에 쓴소리
"규정대로 안 하고, 시즌 중 바꾸는 것 문제"
"규정에 나와 있는 대로 해야지, 대체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한화 김성근(74) 감독은 심기가 불편한 표정이었다. 지난 9일 대전 삼성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김 감독은 심판 판정 문제와 관련해 작심 발언을 쏟았다. 올 시즌 내내 판정과 관련해 여러 불만이 쌓여있던 김 감독이었고, 지난 7일 대전 NC전 홈 충돌 방지법과 관련된 합의판정에 격정을 토로했다.
이날 6회 NC 김경문 감독은 에릭 테임즈가 홈에서 아웃된 뒤 곧장 합의판정을 요청했다. 한화 포수 허도환이 왼발로 홈을 가로 막았기에 홈 충돌 방지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었다. 4분간 심판 합의판정을 거친 끝에 원심 그대로 아웃이 유지됐지만 김경문 감독이 이에 대해 다시 어필하며 경기 시간이 지연됐다.
KBO리그 규정 제28조 심판 합의판정 11항 '합의판정 신청 및 결과는 최종적' 3번째 항목에 따르면 '합의판정이 실시되면 선수단 및 양 구단의 관계자는 더 이상 심판팀장의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이 조항을 위반할 경우 심판은 선수단 및 관계자에게 퇴장을 명한다'고 되어있다. 규정대로라면 합의판정 이후 어필한 김경문 감독은 퇴장돼야 했다.
심판진은 "도입 첫 해인 제도라 무조건 퇴장보다는 설명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지만, 김성근 감독은 "설명은 무슨 설명인가. 규정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합의판정 이후 벤치에서 (감독이) 나오면 무조건 퇴장이라고 규정에 나와 있는데 무슨 설명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그렇게 따지면 '어필이 아니니 설명을 좀 해 달라'면서 5분, 10분 동안 끌어도 된다는 것인가. 그럴 거면 규정은 왜 만들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판진에서는 이날 경기 이후 홈 충돌 합의판정과 관련해서는 감독이 다시 어필하더라도 설명을 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이에 김 감독은 "그렇게 하려면 전반기가 끝난 시점에 규칙위원회에서 정하든가, 아니면 시즌이 끝난 뒤 신중하게 해야지 왜 시즌 도중에 바꾸는가. 바뀌었다고 공문을 내려 보내기는 했는지 모르겠다. 여러 모로 참 문제가 많다"고 답답함을 표했다.
김 감독의 심판 불신이 이날 한 경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여러 경기에 숱하게 쌓여온 것이다. 1루 베이스코치 위치, 투수의 보크 동작 등에 있어서도 김 감독은 문제를 지적했다.
김 감독은 "1루 베이스코치 위치는 감독자회의에서 합의된 사항이었다. 그런데 심판은 경기에 지장 없다며 합의 사항에 대해 모르고 있더라. 감독들이 이야기를 해도 KBO에서 심판들에게 전하지 않은 것이다"며 "보크 동작도 그렇다. 어떤 투수는 습관이라서 되는데 누구는 기만행위라면서 안 된다고 한다"는 말로 심판들의 규정 미숙지, 일관성 없는 판정을 꼬집었다.
김 감독은 NC전 6회 상황에 대해 "김경문 감독이 나왔을 때부터 퇴장이라고 했어야 했다. 나머지 심판 3명은 자기 위치 그대로 있고, (시간체크를 위해) 초를 재지도 않더라. 전부 허술했다. 대체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 감독의 작심 발언이 각성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