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첫 2000안타·3000루타·300도루 눈앞
여전히 건재한 기량, KBO의 조용한 전설
박용택(37·LG)이 어느 시점 리그 최고 타자였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가장 꾸준한 타자 중 하나라는 점에 이견을 제기할 사람이 없다. 이제는 KBO 리그의 전설적 계보에 들어갈 만한 누적 기록을 쌓아가는 모습이다.
박용택은 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2안타를 추가, 자신의 개인 통산 안타 개수를 ‘1996’으로 만들었다. 2000안타에 이제 4개가 남았다. 또한 개인 통산 총 2965루타를 기록, 3000루타까지와의 거리도 점차 좁혀가고 있다. 이미 올해 300도루를 달성한 박용택은 이변이 없는 이상 올 시즌 내 2000안타와 3000루타라는 기념비적인 업적까지 손에 넣을 것으로 보인다.
2002년 LG에서 프로에 데뷔한 뒤 15년 동안 쌓아온 기록들이 빛을 발할 준비를 마쳤다. 박용택은 부상으로 출전 경기수가 적었던 2008년(86안타)을 제외하면 모두 세 자릿수 안타를 친 꾸준한 선수다. 지금은 세월의 무게 때문에 발이 무뎌졌지만, 통산 300도루에서 볼 수 있듯이 젊은 시절에는 발도 빨랐다. 올 시즌 3할4푼3리의 타율을 기록, 2009년 이후 8년 연속 3할도 확실시되고 있다.
만약 박용택이 300도루·2000안타·3000루타를 모두 달성할 수 있다면 이 또한 기념비적인 일이 된다. 역대 2000안타 달성 선수 중 300도루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이를 예약한 박용택 외에 전준호 딱 한 명이 있었다. 리그를 대표하는 대도였던 전준호는 KBO 통산 2091경기에서 2018안타, 550도루를 기록했다.
그 외 양준혁 장성호 이병규 홍성흔도 2000안타를 넘어섰지만 300도루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박용택과 더불어 2000안타 진입을 노리고 있는 박한이(삼성)나 정성훈(LG)도 역시 300도루를 기록하고 은퇴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여기에 전준호는 현재까지 역대 8명만이 기록했던 3000루타를 치지는 못했다. 전준호는 통산 2558루타를 기록한 뒤 은퇴했다. 즉, 박용택이 2000안타와 3000루타 기록을 세운다면 KBO 리그 역대 최초로 2000안타·3000루타·300도루를 동시에 기록한 선수가 된다. 진정한 호타준족의 상징으로 후대에 기억될 만하다.
KBO 역대 최고의 호타준족으로 기억되는 이종범이나 박재홍도 물론 뛰어난 성적을 냈다. 특정 시점에서의 인상은 박용택을 능가한다. 하지만 해외 진출이나 부상 등 이런 저런 사정으로 15년차를 전후해 기량과 성적이 모두 떨어지는 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박용택은 이와 다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13년 이후 최소 3할2푼6리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 중이다.
올 시즌도 타율 외에 46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44개의 사사구를 얻어내 여전히 뛰어난 눈을 과시 중이며, KBO 리그 최고의 클러치 히터라는 명성은 더 견고해지고 있다. 체력적으로 뒤처지는 모습도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두 번의 FA 계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박용택은 적어도 2018년까지는 현역을 보장받은 신분이다. 현재의 페이스라면 남부럽지 않은 화려한 성적과 함께 후대에 기억될 수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