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사기동대' 오대환, 마진석에게 보내는 편지 [인터뷰]
OSEN 성지연 기자
발행 2016.08.12 17: 58

"이렇게 나쁜놈을 사랑해 주시다니, 아직도 얼떨떨 합니다."
배우 오대환(38)이 호탕한 미소를 머금고 허리숙여 꾸벅 인사했다. '38사기동대'의 대표적인 악덕 체납자, 식당 아주머니에게 물을 강제로 먹이며 비릿한 웃음을 보이던 나쁜 '갑'. 그런 그였기에 허리를 숙여 꾸벅 인사하는 그는 낯설기만 하다.
방송 내내 뜨거운 인기를 모았던 OCN 금토드라마 '38 사기동대'의 오대환이 9일 오후 서울 합정동 OSEN 사옥을 찾았다. 호탕한 미소에 듬직한 어깨, 극 중 마진석과 다를 바 없지만, 브라운 관 밖에서 본 그는 '갑'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신을 '을'이라 표현하는 오대환. 그런 그를 브라운관 '갑'으로 만들어준 '38 사기동대'와 배우인생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오대환은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계속되는 사람들의 관심이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댓글을 읽으며 최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그는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38 사기동대' 안에서 100% 빠져나오지 못한 느낌이다. 영화 '오피스'로 지난해 '칸의 배우'로 당당히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준 그지만, 감초 조연으로 기억할 뿐, 그의 이름 석자를 대중에게 알린건 이번이 처음이라 더욱 그렇다. 
"악역이 이렇게 사랑받을 줄 꿈에도 몰랐어요. 오죽하면 감독님이 촬영 전에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하셨을 만큼 밉상 캐릭터였으니까요. 방송 후 댓글을 봤는데 '섹시하다' '슈트가 잘 어울린다' '연기를 잘 한다'며 칭찬해 주시더라고요(웃음). 아직도 얼떨떨하죠." 
배우 오대환은 '38 사기동대'에 마동석 다음으로 캐스팅된 인물이다. 양정도 역할의 서인국보다 먼저 캐스팅 됐다고. 이는 지난해 '신분을 숨겨라'로 인연을 맺은 한동화 PD의 공이다.
"'38사기동대' 시나리오보다 한동화 감독님을 먼저 만났어요. '신분을 숨겨라'로 만났던 감독님인데 '이 역할을 네가 꼭 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의했고 전 감독님을 믿고 바로 '오케이' 했죠."
극적인 변화를 맞이하기 전까지 마진석이란 캐릭터는 악덕 체납자의 '갑질횡포'를 오롯이 보여준 악역 중의 악역이다. 배우로서 부담스러울 만한 캐릭터지만, 그는 오히려 '대리만족'을 느꼈다며 좋아했다. 
"저는 항상 '을'이었어요. 배우로서 유명한 사람도 아니었고 경제적으로도 여유롭지 못했죠(웃음). 그래서 마진석을 연기하는건 저한테 굉장히 즐거웠어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무엇보다 '38 사기동대'라는 작품 안에서 마음껏 놀 수 있어서 기뻤어요. 감독님이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라고 조언한 덕분에 NG도 잘 안내고 맘 편하게 촬영했어요. 말 그대로 잘 놀았죠."
'갑'에 가까울 줄 알았던 오대환에겐 의외성이 굉장히 많았다. 술을 못먹어 커피를 즐기는 것, 뱃 속에 있는 아이까지 네 아이의 아버지라는 것, 그리고 캐릭터와 달리 '부'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그랬다.
"2년 전에 배우를 그만 두려고 했어요.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데릴사위로 사는데 제 욕심만 채우는 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많이 울었고 기도도 많이 했던 기억이 나요. 과감하게 무대를 떠나서 가락시장에서 고구마, 감자를 옮기는 일을 했어요. 그런데 이틀 만에 몸살이 나서 앓아 누웠죠(웃음). 제가 지금까지 배우를 할 수 있는 건 씩씩한 아내와 아이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브라운관 스크린 배우가 되어서도 무대출신인 그는 여전히 연극과 뮤지컬이 그립다고 말했다. 또 이번 드라마로 얼굴을 알린 것에 대해 '너무 빠르다'며 겸손하게 또 한번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자신의 목표를 말할 땐 그의 목소리엔 어느 때보다 묵직한 힘이 들어가 있었다.  뭇 사람들이 38세 늦깎이 스타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본인은 그렇지 않았다.
"저는 40대 중반에 얼굴을 알릴거라고 생각했던 터라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이 감사할 따름이에요. 우여곡절, 희로애락이 모두 묻어나는 얼굴을 갖고 연기로 녹이고 싶어요. 무대 못지 않게 좋아하는 영화에선 송강호 오달수 선배님처럼 일 년에 한 두번 출연하더라도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거기에 올인하고 싶고요. 60대가 되면 어촌으로 내려가 좋아하는 낚시도 하고 후배들이랑 작은 연극도 한 편씩 올리고 싶습니다."
오대환은 마지막으로 자신이 연기한 마진석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마진석이란 '갑'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는 '을'이다.
"마지막까지 나쁜 사람으로 남아있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다행이고, 고맙다. 마진석. 너 때문에 많은 걸 얻었어. 앞으론 그렇게 살지말자!" 
'38 사기동대'로 뜨거운 여름을 보낸 배우 오대환은 MBC 드라마 '쇼핑왕 루이'로 또 한번 서인국과 브라운관 시청률 사냥에 나선다. 무대 위에서도, TV드라마, 스크린에서도 종횡무진할 그의 인생 2막을 기대해 본다. /sjy0401@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unday@osen.co.kr, OCN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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