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규로 증명된 웨이트 효과...LG, 육성 프로그램 강화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08.09 10: 00

LG, 투수 육성 프로그램에 웨이트 트레이닝 비중 높여
임찬규, 웨이트 통해 10kg 증량 성공하며 선발진 구원
LG 트윈스가 젊은 투수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육성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당장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기 보다는, 프로선수에 맞는 몸부터 만든다. ‘유망주의 무덤’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발걸음이 진행되고 있다.

시작점은 지난해 11월이었다. 올해 고졸 신인투수 김대현 유재유 천원석 모두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않고 작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이천에 머물렀다. 트레이너들의 도움을 받아 아픈 부위부터 완벽히 치료했고, 체력과 근력을 키웠다. 당장 1군 무대를 목표로 하기 보다는, 프로 투수가 되기 위한 과정에 집중했다. 현재 세 투수 모두 입단 당시보다 건강한 몸으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그동안 LG는 이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준비되지 않은 유망주 투수를 1군 무대에 투입하며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처참한 결과를 맞이했다. 대부분이 1군에서 자리를 잡기보다는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거나 하염없이 긴 재활에 들어갔다. 2008년 신인 이형종 정찬헌 이범준을 기점으로 2010년 신인 신정락, 2011년 신인 임찬규, 2014년 신인 임지섭 등이 매년 똑같은 과정 속에서 똑같은 실패를 경험했다.
LG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는 지난 8일 “대부분의 신인들이 몸에 문제를 안고 프로에 들어온다. 때문에 신인 중 그 누구도 한 시즌 144경기 일정을 소화할 수 없다. 우리만 봐도 신인 투수 10명이 있으면 8명이 1·2군에서 시즌을 치르다가 수술을 받고 재활을 경험했다”며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작년 겨울부터 어린 선수들을 대상으로 따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당장 실전에 투입하는 것이 아닌, 아픈 부위부터 다 낫게 하고 근육과 체중을 키우는 데 집중시키고 있다. 현재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가장 적절한 예가 임찬규다. 2011년에 입단한 임찬규는 곧바로 1군 무대에서 65경기 82⅔이닝을 소화했다. 루키 시즌 초반부터 필승조로 나섰고, 시즌 중반에는 마무리투수가 됐다. 하지만 당시 임찬규의 몸으로 마라톤을 버텨내기에는 무리였다. 시즌 후반부터 구속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후 2년 동안 1군과 2군을 오가며 고전했다. 2013년 겨울 경찰청에 입대했는데, 군복무 중 팔꿈치에 이상이 발견돼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여기까지가 LG 투수 유망주가 실패하는 전형적인 케이스다. 하지만 임찬규는 이 굴레에서 탈출하려 한다. 지난해 전역 후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했고, 10kg 증량을 통해 현재 LG 선발진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신인 김대현 또한 겨울부터 집중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LG 투수진 중 가장 많은 근육량을 자랑하고 있다.
김용일 코치는 “먼저 찬규 본인의 의지가 정말 강했다. 스스로 웨이트의 필요성을 확실히 느끼고 있더라. 이천에 있는 트레이너들이 찬규의 의지에 맞춰서 도움을 줬다. 무엇보다 김동수 2군 감독님께서 찬규의 의견을 존중해주셨다. 찬규를 2군 경기에 투입시키기보다는 찬규가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주셨다”고 전했다. 덧붙여 김 코치는 “사실 시즌 중 10kg를 증량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찬규는 굉장히 드문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래도 찬규를 통해 투수들이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확실한 표본이 생겼다”고 했다.  
임찬규는 “솔직히 웨이트를 통해 내가 얼마나 좋아질 수 있을지는 반신반의였다. 그런데 몸무게를 늘린 후 2군 경기부터 효과가 있었다. 시즌 초반에는 2군 경기서도 고전했으나 점점 공에 힘이 붙었다. 타자들의 배트가 내 공이 밀리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며 “체력도 확실히 좋아졌다. 이전에는 3회만 넘어가도 구속이 130km대로 떨어졌다. 지난 경기에선 143km가 6회에 나왔다. 투구를 마친 후에도 지친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모든 게 웨이트 효과라고 본다”고 밝혔다.
LG는 앞으로 웨이트를 중심으로 한 신예 투수 육성 프로그램을 강화시킬 계획이다. 김 코치를 비롯한 LG 트레이너들은 미국 프로 구단 트레이너와 꾸준히 교류하며 역량 강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김 코치는 일 년에 한 두 번씩 NBA 뉴욕 닉스 트레이너인 어윈 베네딕트 발렌시아와 의견을 나눈다. 발렌시아는 닉스 구단에 합류하기 전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트레이너를 맡은 바 있다. 
김 코치는 “우리나라 선수들의 데이터를 가지고 해외선수들의 데이터와 비교해서 신체 변화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다. 2014년과 2015년에 발렌시아와 만났었고, 최근에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기간에 약속을 잡고 있다”며 “우리가 노력하는 것도 있으나, 구단 사장님과 단장님도 트레이닝을 통한 신예 선수 육성에 관심이 많으시다. 구단에서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우리도 힘을 얻고 일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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