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에서 최초로 개최된 리우올림픽 대회 초반 '약물 복용'을 둘러싼 선수들끼리 논쟁이 화제다.
호주 수영 선수 맥 호튼이 중국 수영의 간판 쑨양을 향해 '약물 사기'라고 비난해 호주-중국의 국제 관계까지 비화되고 있다.
미국 여자 수영의 릴리 킹은 8일(이하 한국시간) 약물 복용 전과가 있는 러시아의 율리아 예피모바를 향해 공개적으로 비난해 팬들로부터 환호를 받고 있다.
미국 CBS스포츠는 8일 "릴리 킹은 이날 메달 레이스가 없었지만, 메달을 딴 어느 선수들보다도 대단한 리액션으로 화제를 모았다"고 전했다.
사연은 이렇다. 킹은 여자 평형 100m에 출전 중이다. 그런데 이 종목 세계기록 보유자인 예피모바가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인 멜도니움이 검출돼 16개월의 선수 자격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IOC는 금지약물양성반응이 나온 러시아의 수영 선수 6명과 함께 예피모바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금지했다.
하지만 '이중처벌 금지'의 판례에 따른 국제스포츠 중재재판소(CAS)의 사면 조치로 막판 리우올림픽 출전이 허락됐다. 예피모바는 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 평영 200m 동메달리스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통산 4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러시아 수영의 간판선수다.
킹은 8일 여자 수영 평형 100m 준결승을 치렀다. 1분5초70으로 1조 1위. 이후 예피모바가 속한 2조 경기를 TV모니터로 지켜봤다. 예피모바가 풀에서 오른손 검지를 치켜들고 '1위 사인'을 표현하자, 킹은 TV모니터를 향해 오른손 검지를 좌우로 흔들며 조롱했다. 예피모바는 1분5초72로 킹에 이은 전체 2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킹은 이후 미국 NBC와의 TV 인터뷰에서 손가락을 흔든 이유를 질문받았다. 킹은 "그는 약물 사기를 저질렀다. 나는 팬이 아니다(그와 경쟁해야 할 선수다)"라고 비난했다. 예피모바는 100m 평형 예선에서 일부 관중들로부터 야유를 받기도 했다.
TV 중계로 이를 지켜본 미국 팬들은 트위터 등 SNS에서 킹을 응원했다. 킹의 손가락 조롱을 패러디하는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영화 ‘록키 4’에서 실베스터 스탤론(록키 발보아)과 돌프 룬드그렌(러시아 권투선수 이반 드라고)의 대결 사진을 올리며 9일 결선을 치르는 릴리 킹 vs 예피모바의 대결을 기대하기도 했다.
한편 남자 수영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호튼은 경기 전부터 도핑 양성 반응 전력이 있는 쑨양과 박태환에 대해 "금지약물로 속임수를 쓰는 선수에게 인사하거나 그들을 존중할 시간이 없다"고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에 쑨양의 팬들은 호튼의 SNS에 '쑨양에게 사과하라'는 글을 올리며 비난하고 있다.
약물 복용 선수를 향한 동료들의 이유있는 비난이 리우올림픽 수영 경기에서 메달보다 더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orange@osen.co.kr
[사진] 릴리 킹이 TV 모니터를 통해 예피모바를 향해 손가락을 흔들며 조롱하는 모습. NBC 중계화면 캡처(위)러시아 수영 선수 예피모바( 아래)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