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잃지 않은 이치로, 3000안타 치고 옛 스승 회상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6.08.08 14: 12

"오기 감독이 가장 생각난다".
메이저리그 30번째로 3000안타를 달성한 스즈키 이치로(42)에게 가장 큰 은인은 누구일까. 그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도운 스승 오기 아키라 전 오릭스 감독이었다. 이치로는 3000안타를 달성한 직후 인터뷰에서 오기감독을 회상하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이치로는 8일(이하 한국시간) 미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경기에 선발 출장, 7회 1사 후 루신을 상대로 우측 담장까지 날아가는 3루타를 날리며 자신의 MLB 통산 3000번째 안타를 기록했다.

3000안타를 앞두고 타격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던 이치로는 전날 2999번째 안타를 만든 것에 이어 이날 아홉수를 훌쩍 뛰어넘고 대업을 달성했다. 아시아선수로는 최초의 기록이다. 특히 27살의 늦은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입문해 역대 30번째의 주인공이 됐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독특한 훈련과 철저한 자기 관리, 야구에 대한 철학자같은 자세로 금자탑을 쌓았다. 그러나 대기록은 마음만큼 빨리 찾아오지 않았다. 2998안타를 작성하고 1주일 동안 침묵했다. 7일 침묵을 깨고 2999안타를 터트렸고 이날은 선발출전해 네 번째 타석에서 대기록을 만들었다.  
이치로는 "지난 1주일 동안 (사람보다 노화가 빠른) 개처럼 늙어버린 것 같다. 기록 달성 순간 팀 동료들과 팬들이 기뻐해주었다. 3000이라는 숫자에서 내가 무엇을 해서 타인이 기뻐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옛 스승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가장 생각나는 이는 지금의 계기를 만들어준 오기 감독(오릭스 시절 감독)이다. 고베에서 2000년 가을 술의 힘을 빌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설득했지만 오기 감독의 결단이 없었다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일이 머리에 떠오른다"고 말했다. 
고 오기 감독은 1994년 지휘봉을 잡자마자 2군 선수였던 이치로를 주전으로 발탁해 일본의 안타 제조기로 만든 인물이다. 이치로는 오기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타격왕에 오르면서 스타로 발돋음했다. 등록명도 이치로도 오기 감독이 정해준 것이다. 선수를 보는 탁월한 안목을 갖춘 일본의 대표적인 덕장으로 1995년 오릭스의 첫 리그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2000년 말 시드니 동메달의 주역 구대성 영입을 위해 직접 한국을 찾기도 했다. 지난 2005년 70살의 나이에 오릭스와 긴테쓰의 합병으로 탄생한 오릭스 버펄로스의 감독으로 복귀했으나 그 해 폐암으로 작고했다. 이치로는 3000안타 달성 인터뷰를 통해 무명의 자신을 발탁한데다 메이저리그 진출까지 아낌없이 도와 준 오기감독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 것이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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