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부산행' 천만돌파, 왜 한국영화가 충격에 휩싸였나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08.08 07: 31

"좀비 호러물이 천만관객을 돌파하다니...."
영화 '부산행'이 올해 처음으로 천만 고지를 돌파하면서 한국영화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호러 장르를 갖고도 꿈의 숫자인 천만 관객을 돌파할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부산행'이 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멜로와 호러는 적은 돈을 들여서 적당한 이익을 남기는 장르물로 한국 영화인들에게 인식됐다. 그마나 최근 수년 동안에는 제작비 40억 원 이하의 중박, 소박 영화들이 거의 사라지면서 멜로와 호러는 제작사들 사이에 기피 장르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부산행'은 여러가지 면에서 한국영화사에 신기원을 열었다. 먼저 개봉 19일 째인 7일 오후에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18번째 천만 영화라는 영예를 안았다. 이날까지 누적 관객수는 1003만7528명. 흥행 기세는 아직까지 평일 18만~주말 30만 사이를 맴돌 정도로 강하다. '겨울왕국' 1029만6101명, '인터스텔라' 1030만4503명, '어벤져스:에이지오브울트론' 1049만4499명, '왕의남자' 1051만3715명, '괴물' 1091만7221명 등 역대 17~13위까지는 이번 주 안에 추월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부산행'은 기존 천만 영화들과는 사뭇 다르다. 눈물을 쏙 빼는 최루성 신파도 없고, 심지어 소재인 좀비에 대한 호불호 역시 강하다. 그 흔한 히어로도 없다.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수 있는 장르였지만 '부산행'은 영화 자체의 완성도에 대한 입소문으로 천만 관객이라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사실 충무로는 대박 흥행을 위해 이미 정형화된 천만 공식으로 가득한 영화들을 만들어왔다. 때문에 장르적으로 약하며, 중박 영화가 사라졌다는 것이 한국영화에 지속적으로 지적돼 오던 요소 중 하나였다.그런 공식을 '부산행'이 깨버렸다는 게 기존 천만 영화 다른 점 중 하나다. 게다가 제69회 칸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고 현지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것과 개봉 이후 온라인을 통한 입소문이 돌면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좀비물임에도 관객들을 매료시킬 수 있었다. 
히어로가 없다는 점도 다르다. 그간의 천만 영화를 살펴보면 보는 이들을 열광케 하는 히어로가 있엇다. 주로 등장했었다. '명량'의 이순신,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끈 가정의 영웅인 '국제시장' 주인공 그리고 '베테랑' 형사 등이 바로 그랬다.
하지만 '부산행'에서는 히어로라기 보다는 일반인에 가깝다. 극 중 상화 역의 마동석이 맨손으로 좀비를 때려잡는 히어로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상화 캐릭터의 운명이 비극으로 끝난다는 것은 기존 공식들과 분명히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이에 '부산행' 측은 "히어로가 아니라 일반인이 활약을 펼치면서 관객들의 감정 이입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천만 영화의 필수 공식 중 하나인 '애국심 마케팅'이 없었다는 것이 마지막 차별점. 천만 영화 모두가 애국심 마케팅을 기반으로 한 것은 아니었지만 '부산행'은 유독 사회에 쓴소리를 가하는 비판적 시각이 강했다.
'부산행'은 좀비들이 국민을 공격하는 와중에도 "국민 여러분은 안전합니다"라고 소리치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등 사회를 비판한 것.이에 대해 '부산행' 측 관계자는 "영화 속에 사회적 이슈가 내포되어 있다. 이것이 기존 천만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지점"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 trio88@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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