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4연속 위닝시리즈와 5연승으로 후반기 성적 공동 1위
선발진 호투와 휴식 통한 관리 야구가 상승세 원인
LG 트윈스가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4연속 위닝시리즈와 5연승, 최근 11경기 9승 2패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후반기 성적 11승 7패로 KIA와 공동 1위다.
운용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주축선수들에게 꾸준히 휴식을 준다. 최근 경기에선 팀 내 타점 1, 2위 타자가 모두 빠졌다. 그럼에도 브레이크 페달을 잃어버린 듯 맹렬히 달린다. 어느덧 4위 SK와 2.5경기 차이가 됐다. 전반기 종료 시점에선 6경기 차이였다. 3주 동안 3.5경기를 줄인 것이다.
상승세의 가장 큰 원인은 선발진이다. LG는 5연승을 이룬 지난 3일 잠실 두산전부터 7일 잠실 kt전까지 선발투수들이 31이닝을 소화하며 11실점, 평균자책점 3.19를 기록했다. 11경기로 표본을 넓히면 선발진 평균자책점이 2.50에 달한다.
전반기 막바지 합류한 허프가 기대치를 충족시켜주고 있고, 기복에 시달렸던 소사와 류제국은 안정감을 찾았다. 전반기 최악의 슬럼프에 빠졌던 우규민은 토종 에이스의 모습을 회복했다. 물음표가 가득했던 5선발 자리는 임찬규가 메웠다. 이렇게 후반기 리그에서 가장 두터운 선발진을 구축, 경기 중후반까지 선발투수들이 리드한 상황에서 투구를 마친다. 이후 불펜 필승조가 끝까지 승리를 지키는, ‘계산이 서는 야구’를 펼치는 중이다.
그런데 선발진 외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LG는 후반기 팀 타율 3할1푼2리로 리그 2위, 한 경기 평균 6.55득점으로 리그 3위다. 전반기 대부분의 타격 지표에서 하위권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 또한 놀랍다. 선발진의 활약으로 최소실점을 하고, 타선은 꾸준히 폭발하며 팀에 여유를 선사한다. 투타 톱니바퀴가 절묘하게 맞물리고 있는 것이다.
타격이 향상된 배경에는 휴식이 자리하고 있다. LG 구단 관계자는 “7월 29일 마산 NC전 이후 경기 전 단체훈련이 사라졌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만큼, 감독님이 자율 훈련으로 선수단 체력 관리에 각별히 신경 쓰고 계신다”고 말했다.
실제로 LG는 지난주 잠실 6연전 내내 몇몇 선수들만 그라운드에 나와서 훈련했다. 많으면 8명, 적을 때는 3명만 그라운드 위에서 코치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양상문 감독은 서울 기온이 21세기 최고점을 찍은 상황에서 휴식이 더위를 이겨내는 최고의 돌파구라고 판단했다.
박용택은 지난 7일 잠실 kt전을 마치고 “지금까지 야구하면서 일주일 중에 한 번만 훈련한 적이 있었나 싶다. 덕분에 정말 힘들 수 있는 한 주를 잘 넘겼다”고 말했다. 박용택은 지난주 6경기를 모두 소화했으나, 첫 날 외에는 경기 전 훈련 대신 클럽하우스에서 휴식을 택했다. 결과는 지난주 타율 3할3푼3리(27타수 9안타). 어느덧 2000안타 대기록에 6개만 남겨두고 있다.
양상문 감독의 관리 야구가 여름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양 감독은 올 시즌 내내 베테랑 선수들에게 꾸준히 휴식을 부여했다.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베테랑 선수들을 라인업에서 제외하며 기용의 폭을 넓히는 데 신경 썼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정성훈과 손주인이다. 정성훈을 대신해 김용의나 양석환이 1루수로 출장했다. 지난 5월 1군 콜업 후 맹타를 휘두른 손주인도, 이따금씩 벤치에 앉히고 정주현에게 기회를 줬다. 그리고 최근 정성훈과 손주인은 무더위보다 더 뜨거운 방망이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주 정성훈은 타율 4할2푼9리, 손주인은 타율 4할2푼1리를 찍었다. 후반기 들어 손주인은 완벽한 2번 타자가 됐고, 정성훈은 해결사 본능을 되찾았다.
물론 아직도 시즌은 많이 남았다. LG는 앞으로 46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그래도 분명한 점은 지금 시점에서 가장 투타 밸런스가 잘 맞는 팀이 LG라는 것이다. 주축선수가 빠져도 대체자가 완벽하게 공백을 메운다. 그러면서 선수들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팀 분위기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좋다. 선배와 후배, 투수진과 야수진이 구분 없이 하나가 됐다. 선수들 모두 2014년의 기적을 재현하겠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