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진이 밝힌 논란의 홈 충돌-합의판정 어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8.08 05: 55

김경문 감독, 홈 충돌 합의판정 이후 어필  
규정상 퇴장이지만 '운영의 묘' 위해 설명
올해부터 KBO리그에 도입된 홈 충돌 방지법이 논란을 낳았다. 이 과정에서 합의판정 관련 규정을 적용하지 않아 또 다른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지난 7일 대전 NC-한화전. 상황은 6회초 NC 공격에서 발생했다. 3-3 동점 상황, 2사 1·2루에서 이종욱의 중견수 앞 빠지는 타구에 한화 유격수 하주석이 몸을 내던졌지만 글러브를 맞고 굴절됐다. 3루에서 멈춰선 2루 주자 에릭 테임즈는 그러나 1루 주자 지석훈이 2루에서 오버런하자 뒤늦게 홈으로 뛰어들었다. 하주석에게 공을 넘겨받은 3루수 송광민이 곧장 포수 허도환에게 공을 뿌렸고, 테임즈를 비교적 여유 있게 태그 아웃시켰다. 
그런데 이때 NC 김경문 감독이 합의판정을 요청했다. 테임즈가 홈으로 쇄도하기 전 한화 포수 허도환의 왼발이 홈플레이트를 막고 있었기 때문에 홈 충돌 방지법에 위반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심판진은 합의판정 끝에 원심 그대로 아웃을 유지했다. 이에 김 감독이 다시 한 번 덕아웃에서 나와 3루심으로 합의판정을 진행한 나광남 팀장에게 한참 동안 직접 몸 동작까지 섞어가며 홈 충돌 상황에 대해 어필했다. 
경기 후 나광남 팀장은 "김경문 감독은 허도환이 처음부터 홈을 막고 있지 않았냐고 어필했지만, 공을 받은 후 미트를 아래에 대고 움직인 것이기 때문에 문제없는 것으로 봤다. 테임즈의 발이 닿기도 전에 태그가 이뤄졌다"며 "심판이 육안으로 봤을 때 명백한 아웃이면 홈을 막고 있어도 아웃을 선언할 수 있다. 규정에도 나와 있는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나광남 팀장 말대로 야구규칙 7.13(b) 주석을 보면 '포수가 홈플레이트를 봉쇄했지만 심판의 판단으로 주자가 원래 아웃이 될 상황이었다면 포수가 해당 주자의 주루를 방해 또는 저지했다고 간주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날 테임즈의 경우 홈에서 아웃 타이밍이었다. 허도환도 공을 받기 전까지 홈을 비워 놓았고, 태그 플레이로 전환하는 과정에 왼발이 움직였다. 다만 비슷한 상황에서 시즌 초반에는 아웃이 아닌 세이프를 줬기 때문에 NC로서도 어필할 만한 이유가 충분했다.  
논란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김경문 감독이 3루까지 나가 나광남 팀장에게 한참을 어필한 뒤 물러났지만 이번에는 한화 김성근 감독이 심판들에게 무언가 따졌다. 주심을 맡은 박종철 심판원에 이어 다시 3루에 있는 나광남 팀장에게로 향해 김경문 감독의 퇴장을 주장한 것이다. 이 역시 규정에 근거했다. 
KBO리그 규정 제28조 심판 합의판정 11항 '합의판정 신청 및 결과는 최종적' 3번째 항목에 따르면 '합의판정이 실시되면 선수단 및 양 구단의 관계자는 더 이상 심판팀장의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이 조항을 위반할 경우 심판은 선수단 및 관계자에게 퇴장을 명한다'고 되어있다. 규정대로라면 합의판정 이후 어필한 김경문 감독은 퇴장돼야 했다. 실제로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 4월22일 마산 삼성전에서 홈런에 대한 합의판정이 내려진 후 어필하다 퇴장 당한 전례가 있다. 
이에 대해 나광남 팀장은 "새롭게 도입된 규칙인 만큼 충분하게 설명을 할 필요가 있었다. 아직 첫 해라 애매한 부분이 많다. 규정상으로는 퇴장이 맞지만, 무조건 퇴장을 시키는 것보다 운영의 묘가 필요했다고 보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많은 규칙인 만큼 심판 재량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홈 충돌 방지법 첫 해이고, 우려한 대로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듭 중이다. 나광남 팀장은 "미국도 처음 도입한 뒤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다. 우리도 같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중이다"며 어느 정도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봤다. 다만 같은 상황에서 심판의 재량이나 해석에 따라 각기 다른 판정들이 나올 수 있어 현장은 혼란스런 분위기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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