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했던 원고를 읽어가는 알렉스 로드리게스(41·뉴욕 양키스)는 얼마 가지 못해 눈물을 터뜨렸다. 영광과 약물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기억될 로드리게스의 야구 인생이 오는 8월 13일(한국 시간)로 마침표를 찍는다.
로드리게스는 8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이언 캐시맨 단장, 조 지라디 감독 등 구단 임직원들과 함께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은퇴를 발표했다. 로드리게스는 오는 8월 13일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탬파베이와의 경기에서 은퇴 경기를 갖는다. 이후에는 구단의 특별 자문 및 인스트럭터로 활동할 예정이다. 주로 어린 선수들을 지켜보는 임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계약 기간은 2017년 12월까지이며 올해 잔여연봉과 내년 연봉 2100만 달러를 포함한 약 2640만 달러는 모두 지급받는다. 당초 700홈런 등 기념비적인 기록이 걸려 있어 올 시즌 종료 후 은퇴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로드리게스는 모두의 예상보다는 좀 더 빨리 유니폼을 벗는 쪽을 택했다. 브라이언 캐시먼 양키스 단장은 잔여연봉 지급에 대해 “그는 그것을 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두둔했다.
“나는 야구를 사랑하고, 이 팀을 사랑했다. 오늘은 매우 힘든 날이다. 이 모두에게 작별을 고하는 날이다”라고 말문을 뗀 로드리게스는 그 후 벅차오르는 심경을 억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어 말을 이어간 로드리게스는 “명백히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나도 그들(양키스)의 결정의 한 조각이다”라며 은퇴를 받아들였다. 로드리게스는 올 시즌 팀 내에서 자리를 잃었으며, 간접적인 압박에 결국 은퇴하는 쪽으로 거취를 정리했다.
간신히 말을 이어간 로드리게스는 다른 팀에서 뛰는 방향에 대해서도 고려했다고 밝히면서 “핀스트라이프(양키스를 상징)를 지나치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라면서 양키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오는 13일 은퇴 경기를 치르는 것에 대해서는 “가족들, 그리고 팬들 앞에 한 경기를 더 나서고 싶었다. 그래서 할 브레인스타너 구단주에게 이를 요청했다”라고 설명했다.
로드리게스는 “이 결정이 현재 조직이 원하는 방향이었다. 분명 양키스는 젊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라면서 “벤치에 앉는 현 상황은 양키스에도, 나에게도 분명 힘든 일이었다. 나는 MLB에서 거의 22년을 뛰면서 벤치에 앉아본 적이 없다. 분명 이것은 새로운 일이었다”라며 팀 내 경쟁에서 밀린 것이 은퇴 결정의 주요한 사안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로드리게스는 “야구를 미치도록 사랑했던 사람, 또한 많이 넘어졌지만 계속 나아갔던 이로 기억되고 싶다”라고 밝혔다. 또한 약물 파동을 의식한 듯 “모든 실수마다 지옥에 왔다 갔던 사람”이라고 자신을 정의했다. 4개가 남아 있는 700홈런에 대해서는 기록을 달성하고 싶었지만 팀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로드리게스는 MLB를 대표했던, 그리고 한 시즌을 풍미했던 슈퍼스타였다. 7일까지 MLB 통산 2781경기에 나가 타율 2할9푼5리, 출루율 3할8푼, 장타율 0.550, OPS(출루율+장타율) 0.930, 3114안타, 696홈런, 2084타점, 2021득점을 기록했다. 타점 역대 3위, 홈런 역대 4위, 득점 역대 8위, 최다안타 역대 19위에 올라 있다. 이 모두 현역 선수로는 최고다. 통산 25차례의 만루 홈런은 역대 최다 기록이다.
다만 두 차례의 금지약물 스캔들로 홍역을 치렀고, 결국 불세출의 선수는 약물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와 함께 야구 인생을 접게 됐다. 기자회견에서 흘린 로드리게스의 눈물은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는 결정체였을지도 모른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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