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전과 두산전 모두 5이닝 이상 소화...LG, 5선발 확립으로 선발진 안정
활약 원인은 증량과 변화된 투구폼...이상훈 코치가 제안한 페드로가 새로운 롤모델
“이상훈 코치님께서 페드로 마르티네스 이야기를 하셨다. 코치님 말을 듣고 페드로에 꽂혀서 팔을 내렸다. 요즘에는 코치님이 나를 ‘임드로’라고 불러주신다.”
LG 트윈스 우투수 임찬규(24)가 선발진에 희망으로 올라섰다. 임찬규는 지난 7월 29일 마산 NC전에서 약 3개월 만에 1군 무대에 올라 5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지난 4일 잠실 두산전에선 5⅔이닝 3실점. 수비실책으로 실점이 불어났으나, 투구 내용은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5년 전 겁 없이 선배 타자들을 돌려세우던 고졸신인 투수의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
지난 5일 잠실구장에서 임찬규를 만나 3개월 동안 2군에서 있었던 이야기, 그리고 남은 시즌 목표를 들었다.
현재 임찬규의 가장 큰 변화는 두 가지, 증량과 릴리스포인트다. 임찬규는 이천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10kg를 증량, 몸무게 90kg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투구시 동작을 최소화하고 팔의 각도도 낮췄다. 먼저 임찬규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키운 효과부터 이야기했다.
“웨이트를 통해 내가 얼마나 좋아질 수 있을지는 반신반의였다. 그런데 몸무게를 늘린 후 2군 경기부터 효과가 있었다. 시즌 초반에는 2군 경기서도 고전했으나 점점 공에 힘이 붙었다. 직구 타이밍으로 상대 타자가 쳤는데도 파울이 나오곤 했다. 어제 두산전에서도 (오)재일이 형이 직구 타이밍에서 직구를 스윙했는데 파울이 났다. 이런 순간이 나올 때마다 내 공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
더불어 임찬규는 증량이 구위뿐이 아닌 체력과 경기 운용에도 플러스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체력도 확실히 좋아졌다. 어제 143km가 최고구속이었는데 이게 6회에 나왔다. 이전에는 3회만 넘어가도 구속이 130km대로 떨어졌다. 어제는 투구를 마친 후에도 지친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모든 게 웨이트 효과라고 본다. 예전에는 몸무게가 줄면 70kg대까지도 떨어졌다. 요즘에는 아무리 빠져도 80kg 중반대다. 공에 힘이 붙으면서 투구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게 되고, 경기 운용도 단순하면서도 편해졌다.”
투구 폼에 변화를 주게 된 계기도 전했다. 우완 정통파 투수의 자존심을 지키려 했으나, 2군에서 이상훈 코치의 한 마디에 변화를 받아들였다. 이상훈 코치는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대를 지배했던 페드로 마르티네스 이야기를 꺼냈고, 임찬규는 페드로에 푹 빠지면서 릴리스포인트를 낮췄다.
“이상훈 코치님께서 페드로 마르티네스 이야기를 하셨다. 코치님이 ‘처음 너를 봤을 때부터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생각났다’고 하시더라. ‘멘탈도 그렇고 적극적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것도 페드로와 비슷하다’고 하셨다. 솔직히 그 말 듣고 페드로에 꽂혀서 팔을 내렸다. 하루에 200번씩 페드로의 투구를 봤고, 이제는 페드로가 내 롤모델이 됐다. 1999년 올스타전, 포스트시즌 양키스전 등 페드로가 활약한 경기는 다 봤다. 지금도 보고 있다. 요즘에는 코치님이 나를 ‘임드로’리고 불러주신다. 이전까지는 정통파에 대한 자존심이 강했고, 이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코치님께서 ‘아무거나 시키는 거 아니다. 아니면 말고 하면서 시키는 게 아니라 내가 생각이 있어서 시키는 거다. 한 번 믿고 따라와 봐라’고 하셨다. 신기하게도 타점을 내리고 나서 한 번도 박살난 적이 없다. 결과가 나오다보니 ‘이유가 있구나’라고 느꼈다. 높은 타점을 고집하면서 투구시 상체가 찌그러지고 공에 힘이 안 붙었었다. 솔직히 이 부분을 지금까지 수많은 코치님들이 수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셨다. 하지만 내가 굽히지 않았었다. 팔을 내린 것에 대해 양상문 감독님과 강상수 코치님도 잘 봐주시고, 좋은 조언을 해주시고 있다. 팔을 내리면서 구위와 컨트롤이 좋아진 것뿐이 아닌, 커브의 제구도 훨씬 편해졌다. 이제는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임찬규는 올 시즌이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페드로를 벤치마킹하고는 있으나, 궁극적인 목표는 페드로가 되는 것이 아닌, ‘선발투수 임찬규’가 되는 것이다. 2011년 이후로 하락한 구속도 회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지금은 페드로의 작은 것 하나하나를 따라하고 있다. 투구템포도 페드로처럼 빠르게 하고, 마운드 위에서 포수의 공을 받는 모습도 페드로와 똑같이 하려고 한다. 하지만 외부에선 나와 페드로가 절대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상훈 코치님도 ‘밖에선 네가 페드로를 따라하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냥 임찬규가 던진다고 생각할 것이다’고 하셨다. 나 스스로도 팔이 좀 낮아졌지 내가 페드로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내 자신이 새로운 기분으로 더 나은 투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투구에 만족하고 있다. 구속이 떨어진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많이 극복했다. 지금이 2011년보다 공은 더 묵직하다고 생각한다. 143, 144km 정도 유지되면 내년에 구속은 더 올라갈 것이라 믿는다. 증량하면서 내 공이 좋아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예전에는 공이 말려들어간다는 느낌이었는데 최근에는 공이 차고 들어가고 있다.”
이상훈 코치와의 에피소드도 전했다. 시즌 초반 2군에서 야구가 안 돼서 괴로웠으나, 이상훈 코치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밝혔다.
“4월에 2군 경기에서 완전히 박살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정말 충격적으로 못했다. 그러자 이상훈 코치님이 야구장 관중석으로 나를 불렀고, 코치님의 인생스토리를 들려주셨다. 나는 어릴 적부터 LG팬이었고 2002년 한국시리즈 때도 잠실구장에 갔었다. LG가 한국시리즈서 지는 모습을 보고 울기도 했었다. 당시 이야기를 직접 이상훈 코치님께 들으니 가슴이 뜨거워졌다. 예전에 멀리서 봤을 때는 코치님이 자기 야구만 잘하는 개성 강한 분이라고 생각했었다. 알고 보니 정말 디테일하시다. 코치님에게 야구도 많이 배웠지만, 멘탈적인 부분, 자존심 같은 부분을 더 많이 배웠다. 코치님과 장시간 대화를 나눈 이후로 코치님 전화번호를 ‘뜨거운 분’으로 저장했다. 이상훈 코치님은 정말로 뜨거운 분이시다.”
마지막으로 임찬규는 최근 1군에서 치른 2경기를 돌아보며, 앞으로의 목표를 전했다. 어떻게든 팀에 보탬이 돼서 팀이 가을야구까지 닿기를 바랐다.
“솔직히 나는 다른 투수들보다 정말 많이 기회를 받았다. 그런데 2012년부터는 기회를 살린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번에 1군에 콜업 됐을 때 올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리그에서 가장 잘 치는 팀을 상대하게 됐다. 마산 NC전, 두산 원정 경기에 나서게 됐는데 어떻게든 내 방법으로 연패를 끊고 연승을 이어가고 싶었다. 최근 3연속 위닝시리즈를 했고, 내가 2번의 위닝시리즈에 포함되어 있어서 정말 뿌듯하다. 누가 생각해도 이기기 힘든 5선발 등판 경기인데 우리 팀이 이겨서 자신감이 붙었다. 선발승 욕심은 없다. 올해는 자신감을 찾는 해다. 이렇게 하다보면 내년도 활짝 열린다고 생각한다. 5이닝 이상 던지고 리드한 상황에서 내려가는 것에 만족한다. 1군에 올라온 후 양상문 감독님과 강상수 코치님이 항상 힘이 되는 말을 해주신다. NC전이 끝나고 감독님이 불러주셔서 포인트를 하나씩 집어주셨다. 강상수 코치님도 ‘지금 좋고 계속 좋아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신다. 앞으로 목표도 똑같다. 5이닝 이상 던지고 팀만 승리하면 된다. 올해는 내가 5선발을 하면서 팀이 좋아지고 포스트시즌에도 진출한다면 더 바랄 게 없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