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카스티요, 강속구 줄이며 패턴 변화
"감독님 조언, 매일 배울 수 있어 기쁘다"
"승리할 때도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한화 외국인 투수 파비오 카스티요(28)는 지난 5일 대전 NC전에서 6이닝 2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경기 직후 카스티요는 덕아웃에서 김성근 감독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평소에도 김 감독은 카스티요를 불러 여러 가지 조언을 아끼지 않는데 이날은 경기 후에도 간단하게 무언가를 조언해줬다.
카스티요는 "감독님께서 2회 공을 던질 때 팔 위치가 내려온 것을 지적했다. 평소에도 늘 감독님은 투구 기술과 관련된 조언을 많이 해준다"며 "보통 미국에선 경기에 이겼을 때 감독이 '오늘 좋았다'는 말을 해주고 마는데 한국에선 '네가 이럴 때 안타를 맞으니 조금 고쳐야겠다'는 지적을 해주는 점이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살아온 문화와 사고방식이 다른 외국인선수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피와 살이 될 수 있지만, 부질없는 조언이 될 수도 있다. 카스티요는 김 감독의 조언에 열린 마음으로 귀를 기울인다. "한국에서 매일 하루 뭔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것에 기쁘게 생각한다. 승리한 날에도 조언을 받는 것에 감사하다"는 것이 카스티요의 말이다.
카스티요는 최고 160km 강속구를 던지는 파이어볼러이지만 메이저리그 마운드에는 오르지 못했다. 힘에 의존한 투구 스타일과 들쑥날쑥한 제구 때문이었다. 좋은 물건을 가졌지만 장사를 못하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었다. KBO리그 데뷔전에서 카스티요는 힘으로 윽박지르는 투구로 첫 승을 거뒀지만 다음 경기부터 직구가 집중 공략을 당하며 약점을 드러냈다. 그때부터 김성근 감독이 카스티요에게 직접 조언을 시작했다.
어느덧 KBO리그에 와서 9경기를 소화한 카스티요의 투구 스타일에는 변화가 생겼다. 5일 NC전에서 카스티요는 108개 공 중에서 직구가 53개로 비율이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이전 경기까지 직구 비율이 68.2%였지만 이날은 직구보다 슬라이더(30개) 체인지업(16개) 싱커(9개) 등 변화구 비율을 대폭 늘리며 적절히 맞혀 잡는 투구로 패턴에 변화를 줬다. 불안한 제구로 위기도 몇 차례 있었지만, 힘을 빼고 던진 것이 효과를 봤다.
카스티요는 "상대 타자들이 직구에 대비를 하고 노리는 것 같아 변화구를 많이 던졌다. 나도 변화구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변화구를 더 많이 섞었다. 타자들이 직구를 노려 히팅 포인트가 앞에 있었는데 변화구로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었다"며 "스피드보다 무브먼트에 신경 쓰고 있다. 효율적인 투구를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변화구만 많이 던지는 것이 아니다. KBO리그 초반 바깥쪽 직구 위주로만 승부한 카스티요는 이날 몸쪽 승부도 과감하게 들어갔다. 제구가 되지 않아 몸에 맞는 볼 2개가 있었지만, 몸쪽 승부 이후 바깥쪽 빠지는 슬라이더가 더 효과적으로 먹혔다. 4회 김준완에겐 몸쪽 직구로 루킹 삼진도 잡았다.
카스티요는 "빠른 공이라도 어느 코스로 던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나도 몸쪽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의식적으로 들어간 건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은 카스티요, 열린 마음으로 배움의 자세를 갖고 있는 그가 시즌을 마칠 쯤 어떤 투수가 되어있을지 궁금하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