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천만 돌파가 충무로에 남긴 의미 셋[부산행 천만①]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6.08.06 11: 00

영화 '부산행'이 천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쏟아지는 신작들의 공세 속에서도 끝없이 앞을 향해 달려가던 '부산행'은 빠르면 오는 7일, 천만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부산행'의 천만 돌파는 기존 천만 영화들과는 다르게 충무로에 뜻깊은 의미를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먼저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수 있는 장르도 영화 자체의 완성도, 그리고 이로 인한 입소문이 있다면 천만 영화 반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간 충무로는 대박 흥행을 위해 대중에게 친숙한, 그리고 정형화된 천만 공식으로 뒤덮인 영화들을 만들어왔던 게 사실이다. 때문에 장르적으로 약하다는 것이 한국 영화의 약점 중 하나였다.
하지만 영화 '곡성'을 시작으로 '아가씨'까지 장르 영화에 익숙해진 관객들은 충무로에서는 거의 시도되지 않았던 좀비 영화에도 낯섦을 느끼지 않으며 '부산행'을 받아들인 모습. 게다가 제69회 칸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고 현지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것과 개봉 이후 높은 완성도로 인한 입소문 등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좀비물임에도 관객들을 매료시켰다는 분석이다.
외우기에도, 입에도 쉬운 영화 제목 역시도 좀비라는 장르의 호불호를 조금 완화시켰다는 평. 한 영화 관계자는 "사실 좀비는 국내 관객들에게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소재다. 특히나 할리우드가 아닌 국내에서는 좀비가 생소한데 '부산행'이라는 제목이 영화를 쉽게 인지할 수 있고 대중적으로 쉽게 인식될 수 있었던 게 주요한 역할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히어로가 없다는 점도 시선을 모은다. 그간의 천만 영화를 살펴보면 관객들의 마음을 뜨겁게 만드는 히어로 캐릭터들이 주로 등장했었다. 국내 극장가 사상 최다 관객을 동원한 '명량'의 이순신이 그랬고 '국제시장'의 주인공은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끈 '가정의 영웅'이며 '베테랑'은 갑질하는 재벌을 통쾌하게 응징하는 형사 히어로다. 
그러나 '부산행'에서는 히어로보다는 일반인에 가깝다. 물론 극 중 상화 역의 마동석이 맨손으로 좀비를 때려잡는 어마무시한 능력을 보여주기는 하나, 그 캐릭터의 운명 마저도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등 기존 공식들과는 사뭇 다르다. 극을 주로 이끌어가는 석우(공유 분)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
이에 '부산행' 측 관계자는 "히어로가 아니라 일반인이 활약을 펼치면서 관객들의 감정 이입을 이끌어내는 지점이 천만 돌파를 가능케 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소위 말하는 '애국심 마케팅'이 없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물론 천만 대열에 합류한 영화들이 모두 애국심 마케팅을 내세운 건 아니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긴 것도 드물었던게 사실.
'부산행'은 좀비들이 창궐하는 현실 속에서도 "국민 여러분은 안전합니다"라고 소리치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며 사회 비판적인 시선을 드러내고 있다. 상업적인 면과 메시지적인 면을 잘 결합시켰다는 평.
'부산행' 측 관계자는 "영화 속에 사회적 이슈가 내포되어 있다. 이것이 기존 천만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지점"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 trio88@osen.co.kr
[사진] '부산행'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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