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내야수 김주형에게 2016시즌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우선 데뷔 이후 첫 10홈런을 날렸고 가장 많은 경기(90경기)에 출전했다. 규정타석은 아니지만 타율 2할7푼9리도 최고 타율이다. 시즌을 완주한다면 안타(58개)와 최다타수(209)도 자신의 최고 기록을 세울 것 같다. (기록은 8월 4일 기준)
무엇보다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넣은 이후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있다. 2004년 데뷔 이후 매년 유망주와 기대주의 평가를 들었지만 2군행은 피할 수 없었다. 1군에 올라와 깜짝 활약을 했지만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고 2군행을 반복했다. 그러나 올해는 계속 1군에 머무르고 있다. 이처럼 1군 생활이 긴 것은 데뷔 이후 처음이다.
김기태 감독은 올해 김주형을 중하게 쓰려 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주전 유격수 카드와 전천후 내야수로 기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강해진 타격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개막전 유격수로 나서면서 매서운 타격까지 과시하며 성공하는 듯 했다. 그러나 계속된 출전에 수비실수가 잦아졌고 부담은 타격 슬럼프로 이어졌다.
결국 어느 순간 백업요원으로 되돌아갔다. 대신 김기태 감독은 2군으로 내려보내지 않고 대타와 내야 전천후 백업요원으로 활용했다. 튼실한 수비력으로 대수비를 넉끈히 소화했다. 그리고 가끔이자만 선발로 출전했고 대타로도 나섰다. 득점권 타율이 2할3푼4리로 낮지만 3할3푼3리의 대타 타율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급기야 가장 인상적인 대타 홈런을 날렸다. 지난 4일 4-4로 팽팽한 8회말 2사1,2루에서 대타로 등장해 권혁을 상대로 좌월 스리런포를 날렸다. 팀의 위닝시리즈를 이끄는 결승 역전포였다. 자신의 개인 8번째 대타홈런이었다. 아마도 김주형이 데뷔 이후 가장 극적인 홈런포가 아닌가 싶다. 지금껏 묵묵히 1군에서 제몫을 해온 김주형의 가치를 드러낸 한 방이었다.
김주형은 텃밭이 없다. 3루수 혹은 1루수가 비어야 그에게 자리가 돌아간다. 그러나 이범호와 브렛 필이 버티고 있다. 그럼에도 백업요원으로 꾸준히 기회를 받았고 조금씩 가치를 드러내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선수에게 믿음과 기회가 얼마나 중한 것인지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