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원 대표 "리암 니슨 거절했다면? 맥아더 축소했을 것" [인터뷰①]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6.08.09 10: 27

 이 남자가 없었다면 지금의 영화 '인천상륙작전'(이재한 감독)은 세상에 태어나기 어려웠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쟁 영화를 만드는 기획부터 주연 배우 이정재와 리암 니슨을 캐스팅하고, 약 8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커다란 규모의 대작을 완성하기까지 뒤에서 밤낮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해결사 노릇을 한 열정의 제작자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의 이야기다. 
'인천상륙작전'은 개봉 2주차인 현재 416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6.25 전쟁 전세 변화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천상륙작전, 이를 준비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첩보부대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무엇보다 할리우드 배우 리암 리슨이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 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정태원 대표가 리암 니슨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캐스팅 공세를 펼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인천상륙작전'의 개봉을 앞두고 OSEN을 만난 정태원 대표는 리암 니슨이 단번에 캐스팅 수락을 하고 난 후에도 에이전트의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었던 일, 다시 리암 니슨과 만나 이야기를 하고 다시 승낙을 받은 과정 등을 자세하게 털어놨다. 

"에이전트가 요구한 부분이 있었어요. 할리우드 영화는 돈을 많이 버니까 출연료가 훨씬 큰데, 그 기간이 '인천상륙작전'을 찍느라 비면 그것 때문에 큰 영화를 못 할까봐. 그래서 이 영화를 캔슬하고 싶었던 거예요. 찾아가 이야기했더니 리암 니슨은 놀라더라고요. 자신은 그 친구들에게서 들으니까, 그런가보다 했는데 앞으로는 직접 연락 달라고 했죠. 이젠 개인적으로도 친해졌으니까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연락처와 이메일 주소를 줬어요. 지금도 이메일을 하면 답이 바로 와요. 마치 카카오톡 하듯이요.(웃음)"
만약, 리암 니슨이 끝까지 거절했다면 '인청상륙작전'은 어떻게 됐을까? 물론 대안은 여러 배우가 있었다. 정태원 대표는 리암 니슨이 첫 번째였지만 존 트라볼타나 해리슨 포드 같은 배우들에게도 제안을 해 볼 생각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그 자체로 맥아더 장군과 잘 맞았던 리암 니슨 아닌 대안을 생각하는 게 힘들었다. 
"다른 대안이 영 마음에 안 들었어요. 리암 니슨을 생각했다가 다른 사람으로 바꾸려니 마음에 안 찼어요. 그래서 정 안되면 배역을 아주 축소하고 우리 얘기 위주로 갈 생각이었죠. 그냥 스토리를 맥아더에게서 명령만 전달받는 걸로 하고 그렇게 가야하는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죠."
인터뷰를 한 날은 마침 내한한 리암 니슨이 한국을 떠나는 날이었다. 직전까지 리암 니슨을 인천공항까지 배웅하고 왔다는 정태원 대표는 이젠 친구가 된 리암 니슨과 함께 보내며 겪었던 일을 즐겁게 이야기했다. 리암 니슨이 부담을 주기 싫다며 전용기를 거절하고 최소한의 인원을 데리고 방문한 것, 알고보니 영국 집에서도 김치를 만들어 먹어온 숨겨진 친한파라는 점까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었다. 
 
"리암 니슨이 너무 고마웠다고 이야기하면서 갔어요. 우리가 고마운 건데. 바빴지만 많은 걸 하고 가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어제는 정준호 씨하고 이재한 감독님하고 같이 저녁을 먹었는데 재밌게 웃으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리암 니슨은 갈비와 김치를 참 좋아했어요. 밥을 먹다가 김치를 하나 더 시키더라고요. 방에서도 김치로 배를 채운대요.(생략) 영국에서 어떻게 김치를 먹느냐고 했더니 집안일을 해주는 메이드의 친구가 김치를 직접 담근대요. 그 친구가 유럽 사람인데 담궈서 2주 정도 넣어 놓으면 잘 익는다고 얘길 하더라고요."
리암 니슨의 이번 내한은 역시 정태원 대표의 설득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 리암 니슨은 기자회견에서 영화 촬영에 이어 다시 한 번 한국을 방문해 홍보 일정까지 소화한 것에 대해 "정태원 대표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체 어떤 말로 리암 니슨의 마음을 움직인 걸까? 
"영화의 의미를 많이 살렸어요. '이 영화가 일반 영화하고는 다르게 한국 사람의 아픔이 담겨있고, 잘 알다시피 전세계 가장 많은 나라가 지원한 전쟁인데, 그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당신이 오는 게 중요하다, 사실 맥아더 장군에 대한 호평과 혹평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데 지금 한국에서 맥아더 장군의 이미지가 굉장히 좋아졌다. 젊은 친구들이 맥아더 장군으로 보기보다 리암 니슨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른 배우가 했다면 논쟁에 휩싸일 수 있는데 당신의 좋은 이미지가 편견 없이 볼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꼭 와달라고 했죠." /eujenej@osen.co.kr
[사진]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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