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심의 넓은 존에 고전했지만 김현수(28·볼티모어)의 적응 능력은 역시 뛰어났다. 정확한 스윙으로 홈팬들 앞에서 첫 홈런을 신고하며 자신의 진가를 과시했다.
김현수는 5일(이하 한국시간) 미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 파크에서 열린 텍사스와의 경기에 선발 2번 좌익수로 출전, 세 번째 타석이었던 6회 선두타자로 나와 텍사스 선발 A.J 그리핀을 상대로 우중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비거리 123m 짜리의 큼지막한 홈런으로 자신의 시즌 4번째 홈런, 그리고 시즌 최장인 7경기 연속 안타를 만들어냈다.
상승세를 탄 김현수는 8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중전안타를 치며 시즌 16번째 멀티히트 경기도 만들어냈다. 맷 부시의 97마일짜리 포심패스트볼을 밀어냈다. 아주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지만 힘에서 밀리지 않으며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생산했다. 이날 최종 성적은 4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1득점 2삼진. 타율은 종전 3할3푼1리에서 3할3푼5리로 올랐다.
이날 김현수의 홈런과 멀티히트는 초반 고전을 이겨낸 것이기에 더 값졌다. 이날 양팀은 초반 강제 투수전(?)을 벌였다. 주심의 존이 매우 넓었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좀처럼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좌우는 물론, 상하까지 넓어 선수들이 몇 차례 불만을 삭이는 모습을 보였다. 김현수도 피해자였다.
1회 첫 타석이 그랬다. 2S의 카운트에서 그리핀이 바깥쪽으로 패스트볼을 찔러 넣었다.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빠지는 공임이 투구추적프로그램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주심이 이를 스트라이크로 판정하며 다소 억울하게 루킹삼진을 당했다.
볼임을 확신하고 4구째를 기다리고 있었던 김현수는 주심의 콜이 나자 깜짝 놀라 쳐다볼 정도였다.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도 불만이 섞인 표정이었다. 두 번째 타석에서도 바깥쪽 커브에 당했다. 느린 그림으로 봐도 살짝 걸쳤을 정도의 공이었다. 김현수가 루킹삼진만 두 번을 당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었다.
그러나 김현수는 이 또한 이겨냈다. 6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존을 최대한 넓혀 적극적으로 타석에 임한 것이 적중했다. 그리핀의 체인지업은 몸쪽 낮은 코스로 들어온 아주 잘 던진 공이었다. 잘못 건드려봐야 빗맞은 타구가 나올 수 있는 코스였다. 하지만 김현수는 이를 완벽하게 걷어 올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를 만들어냈다. 김현수 타격 기술의 승리였다.
한편 이 홈런은 오리올 파크에서 터뜨린 자신의 첫 홈런이었다. 그간 김현수는 포심과 투심과 같은 패스트볼 계통의 공을 받아쳐 3개의 홈런을 만들었다. 변화구를 공략해 만든 첫 홈런이기도 했다. 여러모로 의미가 큰 홈런이었다. 팀이 패한 것이 옥의 티였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