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순간적인 판단 미스가 KBO 리그 역대 첫 불명예를 불렀다. 이 SK의 틈을 놓치지 않고 견제사만 세 개를 낚은 차우찬(29·삼성)은 진기록을 썼다.
차우찬은 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견제사만 3개를 잡으며 SK의 발을 꽁꽁 묶었다. KBO에 따르면 그간 한 경기에서 특정 투수가 두 번의 견제사를 잡은 것은 50차례 이상이 있었다. 그러나 세 번을 잡은 것은 차우찬이 첫 번째다. 반면 결과적으로 5-6, 1점차 패배를 당한 SK로서는 이 견제사 세 개가 너무나도 뼈아팠다.
사실 3회까지만 4점을 주며 불안하게 출발한 차우찬이었다. 이후에도 위기는 있었다. 4-4로 맞선 4회에는 선두타자 최정용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그러나 차우찬은 곧바로 최정용을 견제로 잡아냈다. 서서 들어가다 1루수 구자욱의 글러브에 발이 닿았다. 다음 타자 고메즈에게 초구를 던지기도 전이었다. 심판합의판정 끝에 아웃이 최종 확정됐다.
신진급 선수인 최정용으로서는 차우찬의 견제 동작이 낯설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1루 귀루는 슬라이딩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가르친다. 태그를 최대한 피할 수 있음은 물론, 베이스를 밟으면서 무리가 갈 수 있는 발목 등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여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는 있었는데 차우찬의 견제가 빨랐다. 선두타자라는 점에서 SK는 도망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 됐다.
6회에는 두 차례나 견제사를 당하며 흐름이 뚝뚝 끊겼다. 1사 후 이진석이 좌전안타로 출루했다. 여기서 차우찬은 다시 다음 타자 최정용에게 초구를 던지기 전 기습적인 견제를 했다. 합의판정결과 아웃이 세이프로 번복되기는 했으나 아슬아슬했다. 최정용과 마찬가지로 역시 서서 들어가다 당할 뻔했다. 하지만 차우찬은 끝내 이진석을 견제로 잡아냈다. 이번에는 이진석이 슬라이딩을 했으나 약간의 역모션이 걸린 상황에서 당했다.
이어 최정용도 투수 실책으로 출루했으나 또 견제에 당했다. 역시 고메즈에게 초구를 던지기 전 기습적인 견제로 최정용의 슬라이딩보다 약간 빠르게 공을 구자욱의 글러브로 보냈다. 최정용도 필사의 슬라이딩을 했고, SK도 합의판정을 요청했으나 판정은 뒤집어지지 않았다. 원래부터 견제 능력이 괜찮은 차우찬의 진가가 제대로 빛난 순간이었다. KBO 역사에 이름을 새기는 순간이기도 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