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의 SK랩북] 모두가 소망한, SK의 특별한 '홈인'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8.04 05: 56

야구는 결국 집으로 와야 하는 스포츠다. 타자들의 힘찬 스윙, 그리고 기꺼이 감수하는 희생은 모두 주자들을 안전하게 ‘집’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안간힘이다. 그 과정 속에서 선수들은 물론 수많은 팬들이 울고 웃는다.
세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가야할 곳은 집이다. 그리고 지금 여기. 잃어버린 이들을 집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기다림은 시간은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길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이상 실종된 아이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이다. 옆에서는 쉽게 짐작하지 못할,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고통 속에 하루 하루를 보낸다. 이제 그들의 옆에 ‘홈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야구가 섰다.
SK는 인천지방경찰청,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지난 6월부터 ‘희망더하기’ 실종아동찾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선수들은 실종아동들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뛴다. 전국적으로 많은 팬들이 지켜보는 프로스포츠라는 점에 착안했다. 틈이 날 때마다 빅보드를 통해 다큐멘터리 상영 및 실종아동의 정보를 제공하고, 주관방송사 및 포털사이트를 통해서도 행사 취지를 널리 알리고 있다. 야구팬들의 관심도 제법 뜨거워졌다.

모두의 응원, 잔잔한 동참으로 이어지다
6월 23일 인천 LG전에서 첫 행사를 진행한 SK는 3일 인천 삼성전에서 두 번째 행사를 진행했다. 6월 행사보다 스케일이 커졌다. 이번에는 ‘동참’이라는 구호 속에 구단이나 코칭스태프는 물론 팬들까지 함께 하는 이벤트로 확대됐다. 실종 아동의 귀환을 기원하는 의미로 ‘홈인’이라는 문구를 새긴 A4 크기의 캠페인 카드 4000장이 배포됐고, 경기 시작 전 별도의 세리머니도 가지며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팬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실종아동들이 무사히 집에 돌아올 수 있기를 기원했다. 분위기는 엄숙했다. 표정에서는 모두가 진심을 말하고 있었다.
선수들부터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선수들도 경기장을 벗어나면 상당수가 유니폼 대신 부모의 이름을 입는다. 그 아픔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날 선발로 나선 박종훈은 “예전에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딸을 낳고 나서부터는 생각이 달라졌다. 너무 안타까웠다. 나 같으면 일상생활이 안 될 것이다”라면서 “경기에 나설 때 마음가짐이 달랐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코칭스태프, 다른 선수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다.
팬들이 이번 캠페인에 큰 지분을 차지했다는 것은 6월 행사와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SK는 “실종의 아픔을 겪는 가족들이 생기질 않기 바란다”라는 취지의 릴레이 손글씨 이벤트를 실시했다. 주장 김강민부터 시작한 이 이벤트에는 그 흔한 경품 하나 없다. 단지 1000개의 손글씨가 모이면 SK가 지역 어린이집 10곳에 미아방지팔찌를 제공하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수많은 팬들이 직접 펜을 들어 정성을 다해 눌러 쓴 손글씨로 이벤트에 동참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많은 팬들이 자신의 일처럼 생각해주신 것 같다. SK 팬뿐만 아니라 좋은 취지를 이해해주신 타 팀 팬분들도 많이 참여해주셨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보면서 구단도 사회공헌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과 고민을 느끼는 계기가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응원 속에서 희망을 찾다
이날 초청돼 경기를 지켜본 실종아동들의 부모들은 구단 및 야구팬들에게 연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서희영님의 아버지는 “선수들이 희영이 이름을 달고 경기를 하는데 보니까 가슴이 벅차다. 아이들을 찾는 캠페인을 관중들과 함께 해 너무 감사하다”라고 했다. 김하늘님의 어머니는 “가슴이 떨렸고, 눈물이 많이 났다. 저희 아이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동훈님의 아버지는 “캠페인에 동참해준 선수들에게 고맙고, 특히 외국인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라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지속적인 관심을 호소하는 바람도 이어졌다. 서희영님의 아버지는 “아이들이 돌아올 수 있는 길은 사람들의 관심이다. 실종됐을 당시에 누군가는 봤더라도 그것이 묻혀 단서가 없다. 증거나 단서들이 신고돼 알려져서 그 때의 시점에서 시작되어야 하는데,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캠페인이 KBO 전체로 확대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두 차례 행사에도 아직 소개되지 못한 이름이 많아 SK 한 구단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행히 나머지 9개 구단도 이번 SK의 캠페인 취지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캠페인 당시 상대 팀이 됐던 LG와 삼성 코칭스태프도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좀 더 논의가 된다면 KBO 차원에서 지속할 수 있는 활동이 될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실종아동 가족들이 찾은 것은 희망이었다. 이미 찢어질 대로 찢어진 가슴이지만, 많은 팬들의 동참과 관심을 확인하며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이동훈님의 아버지는 “실종아동 가족들은 모두 마음이 같을 것이다. 끝까지 용기를 잃지 않고 찾겠다.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그렇게 모인 희망은 경기 후 인천SK행복드림구장을 잔잔히 맴돌고 있었다.
SK는 9월 홈경기 중 한 차례 더 이번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며 지속적인 공헌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대한 모두의 관심이 끊이지 않을 때, 진짜 '홈인'을 향한 발걸음은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SK 담당기자 skullboy@osen.co.kr
“‘저희 아이들을 위해서 이렇게 캠페인을 해주고, 응원해 주시는 너무 고마운 분들이 계시는구나’는 생각을 해요. 지금껏 이렇게 해주시는 분들을 보지 못했거든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 눈물이 났어요. 가슴이 벅차고, 이제는 ‘아이를 찾을 수 있구나’라는 힘을 얻었어요. 이제는 저부터 아프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가지게 됐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김하늘님 어머님
실종아동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희망더하기’라는 검색어로 찾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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