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신뢰’ SK 박종훈이 찾아가는 해법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8.04 06: 05

김용희 SK 감독은 팀의 잠수함 선발 자원인 박종훈(25)의 전반기를 평가해달라는 말에 “기대에 비하면 못 미쳤다”라고 냉정하게 이야기했다. 박종훈은 전반기 17경기에서 6승7패 평균자책점 4.64를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2할6푼4리였다.
팀의 4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것을 고려하면 6승이라는 수치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 내용에는 여전히 기복이 있었다. 그리고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것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었다. 실제 박종훈의 경기력은 전반기 막판부터 쭉 내리막을 탔다. 6월 14일 삼성전 이후 6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한 차례도 없었다.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으로 생각했던 벤치의 기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구위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박종훈은 특유의 낮은 타점에서 나오는 까다로운 구질을 가지고 있다. 제구만 잘 되면 쉽게 칠 수 있는 공이 아니다. 문제는 마음가짐에 있었다. 박종훈은 3일 인천 삼성전이 끝난 뒤 “시즌 초반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1~2번 정도 맞다보니 고민이 생겼다. ‘지금 구위가 안 좋나?’, ‘버릇이 노출됐나?’, ‘투심이나 싱커가 예전보다 떨어지지 않는 것은 아닌가?’ 등의 고민 말이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고민이 많아지고, 그 고민은 지나친 신중으로 이어졌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너무 생각이 많은 것은 대부분 독이 된다. 박종훈도 그 전철을 밟았다. 김원형 투수코치는 “왜 그런 것에 신경을 쓰느냐”라고 털어버릴 것을 주문했다. 호흡을 맞추는 포수 이재원도 “공에는 문제가 없다. 자신감을 가져라”라고 격려했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흔들리자 주위의 이야기도 잘 들리지 않았다. 스스로 이를 털어버리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박종훈은 지난 7월 28일 대전 한화전에서 2이닝 동안 홈런 세 방을 맞는 부진 속에 10실점을 기록하는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어쩌면 이는 전환점이 됐다. 맞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좀 더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 결과 3일 인천 삼성전에서는 7이닝 3실점으로 호투하며 가까스로 반등할 수 있었다. 볼넷은 하나 뿐이었다.
사실 1회 연속안타를 맞고 2실점했고, 2회 백상원에게 솔로포를 맞고 추가실점했다. 초반 무너질 수도 있는 위기였다. 삼성 타선은 박종훈의 빠른 공을 노리고 적극적 승부를 했다. 삼성 타선의 노림수에 박종훈의 초반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예전 같았으면 또 ‘버릇이 노출됐나’라며 전전긍긍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박종훈은 그런 삼성 타선에 정면으로 대항하며 맞혀 잡는 피칭 속에 안정을 찾았다.
자신에 대한 신뢰를 찾는 과정에 있는 박종훈이다. 대다수 유망주들이 팀의 중추로 거듭날 때 반드시 겪어야 하는 시련의 과정이기도 하다. 박종훈은 그 중간에 서 있다. 이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일수록 웃는 날은 빨라질 수 있다. 지난해 승수를 넘어선 박종훈은 올 시즌 10승을 조준하고 있다. 어뢰가 자신감을 싣고 상대 타자를 향해 돌진할 수 있다면, 그 목표도 결코 멀지 않다는 것을 3일 경기가 보여주고 있었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