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바람’ SK, 위기극복 감초될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8.04 05: 53

6월 한 차례 고비를 넘긴 뒤 5할 승률을 사수해왔던 SK가 시즌 두 번째 고비를 맞았다. 전력의 누수가 적지 않은 시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공을 들였던 신진세력이 자신들의 잠재력을 과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기적인 미래를 감안해도 중요한 대목이다.
시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베테랑들 위주로 엔트리를 짜며 안전운행을 했던 SK는 최근 확 달라진 조직도를 보여주고 있다. 베테랑 선수들의 부진과 부상을 틈타 젊은 선수들이 27인 엔트리 중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까닭이다. 5월 초까지 1990년 이후 출생자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SK지만 8월 3일 현재 기준으로 보면 8명이나 된다.
굳이 나이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이 선수들이 지난겨울 위치했던 자리를 보면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2군 대만 퓨처스캠프에 있었던 선수, 그리고 개막 1군 엔트리에 들지 못했던 선수들을 합치면 9명이나 된다. 부상이라는 특수성이 있었던 윤희상과 서진용을 빼도 이렇다. 젊은 선수들이 상당수 2군 생활을 거쳐 1군에 올라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지난해 강화 퓨처스파크 시대를 연 SK의 육성 프로젝트가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올해처럼 2군 선수들이 대거 1군에 올라온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은 공통적인 지적이다. 이는 구단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김경기 SK 퓨처스팀(2군) 감독은 “야수 쪽은 다 올라갔다고 보면 된다. 투수 쪽도 조정 기간을 거치는 베테랑 선수들을 제외하면 상당수가 1군에 올라갔다. 나머지는 확대엔트리 때 고려할 수 있는 자원들”이라고 말했다. 2군에서 파악했을 때 1군 콜업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은 거의 대부분 1군에 갔다는 뜻이다. 2군에서 1군 콜업에 전략적으로 준비한 부분도 있지만 김경기 감독은 “기본적으로 김용희 감독님께서 많이 신경 쓰신 덕”이라고 이야기했다. 1·2군 간의 공조는 원활하다.
아직 1군에서 확고한 입지는 없다. 1군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당연히 2군으로 떨어진다. 즉, 1군에 붙어있을 만한 기량이 되는지는 스스로 증명해보여야 한다. 김경기 감독도 “이제부터는 전적으로 (올라간) 선수들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알을 깨는 과정인데, 최근 활약상은 나름대로 괜찮다.
2차 오키나와 캠프에 가지 못했던 내야수 최정민과 외야수 김재현은 자신의 자리를 완전히 꿰찼다. 준주전급으로 활약 중이다. 빠른 발로만 잘 알려져 있었던 김재현은 57경기에서 타율 3할5푼1리, OPS(출루율+장타율) 0.915를 기록하며 타격에서도 일취월장한 성적을 내고 있다. 최정민도 71경기에서 타율 3할2푼2리를 기록하며 꾸준히 1군에 머물고 있다. 대만 캠프를 지휘했던 2군 코칭스태프가 가장 대견해 하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야수 쪽에서는 김동엽이 새로운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1군 합류 후 3개의 홈런을 치며 장타력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최승준의 부상 탓에 앞으로 임무가 커질 전망이다. 2군에서 타율 3할8푼2리를 기록하고 1군에 올라간 최정용도 제한된 임무지만 꾸준히 1군에서 활약하고 있다. 야수 쪽은 확실히 세대교체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투수 쪽은 다소 미진한 편이다. 문승원 김태훈 김주한 조한욱이 1군 엔트리에 들어있지만 다소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1군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경험이 쌓일 법하다. 부상에서 돌아온 서진용, 확대 엔트리 때 올라올 가능성이 있는 젊은 투수들까지 합치면 장기적인 포석으로 올 시즌을 활용할 만하다.
물론 이 선수들이 아직 확실한 주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직은 주축 선수들의 뒤를 미는 조력자들이다. 당장 이 선수들로 짠 라인업으로 경기를 치를 수는 없다. 그러나 적시적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감초의 임무만 해도 대성공이다. 이 성공의 경험 속에서 미래도 밝아질 수 있다. 김광현 박재상 최승준의 부상, 베테랑 불펜 투수들의 부진으로 적잖은 공백이 생긴 SK가 새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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