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타 겸업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22·니혼햄)가 시즌 14호 대포를 쏘아 올렸다. 전면적인 투·타 겸업이 사실상 ‘만화’ 속의 이야기로 여겨지고 있는 21세기 야구에서는 기념비적인 업적이라고 할 만하다.
오타니는 3일 일본 치바현 QVC마린필드에서 열린 지바 롯데와의 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출전, 9회 솔로홈런을 기록하는 등 3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9회 홈런은 자신의 시즌 14호 홈런이다. 7월 29일 소프트뱅크전, 31일 소프트뱅크전에 이어 최근 6경기에서 3개의 아치를 그렸다.
전반기 막판 있었던 물집의 후유증으로 후반기에는 선발 등판하지 못하고 있는 오타니다. 그러나 타자로서 팀에 충분히 공헌하고 있다. 오타니는 3일까지 올 시즌 61경기에서 타율 3할5푼3리, 14홈런, 39타점, 39득점, 60안타를 기록 중이다. 3일 3안타를 추가해 종전 자신의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2014년 58안타)을 넘어섰다.
2014년 기록했던 한 시즌 최다 홈런(10개) 및 타점(31개) 기록은 이미 뛰어넘었다. 타자로서도 개인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오타니는 경기 후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있다. 팀의 우승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전설적인 기록들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투·타 겸업 선수로는 최다 홈런 기록도 손에 넣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전설적인 선수인 베이브 루스가 1918년 13승과 11홈런을 동시에 달성했다. 이는 아직도 한 시즌에 두 자릿수 홈런·승리를 기록한 MLB 유일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KBO 리그에서는 김성한(해태)이 1982년 10승-13홈런을 기록한 것이 유일했다. 현재 8승을 기록 중인 오타니가 두 자릿수 승수 고지를 무난히 밟는다고 가정하면, 시공간을 초월한 대기록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타격 성적은 그 자체로도 빼어나다. 오타니의 14홈런은 퍼시픽리그 타자 전체로도 공동 8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장거리 타자인 T-오카다(오릭스)는 303타석에서 16개의 홈런을 쳤다. 팀 동료 나카타 쇼는 416타석에서 15홈런이다. 그런데 오타니는 207타석에서 14개의 홈런을 쳤다. 10홈런 이상 선수 중 타석 대비 홈런은 리그 최고다.
베이브 루스는 20세기 초반에 기록을 썼고, 김성한도 한국프로야구 원년에 이 기록을 만들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오타니의 기록은 그런 측면에서 더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조만간 선발 등판 계획도 가지고 있는 오타니가 어떤 역사를 만들어갈지 일본 열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루스의 13승까지 넘긴다면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