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유니폼 입어 행복한 ‘맙업맨’ 고봉재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8.04 06: 00

최근 1군에서 꾸준히 던지며 이름 알리기 시작
제구와 더불어 슬라이더-체인지업 구사 자신감
 두산 베어스의 루키 투수 고봉재(23)가 조금씩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1군 무대에 적응하면 더 좋은 피칭을 해줄 것이란 기대감도 생긴다.

고봉재는 이번 시즌 5경기에서 3⅔이닝 동안 3실점해 평균자책점 7.36을 기록하고 있다. 특별히 눈에 띄는 기록도 아니고, 불펜에서의 보직도 '맙업맨(mop up man, 크게 뒤지거나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 경기 후반 남은 이닝을 막는 투수)'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승부가 기울어진 경기에서 출장 기회가 생기며 선배들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있다. 3일 잠실 LG전에서는 1이닝 2탈삼진 퍼펙트로 데뷔 후 최고의 피칭 내용을 뽐냈다.
두산의 2차 3라운드 지명을 받고 올해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즉시 전력감이라는 평가에 맞게 비교적 빠르게 출전 기회를 얻었다. 김태형 감독은 “힘이 들어가서 그런지 제구가 조금 안 되기도 했지만 퓨처스리그에서는 상당히 좋았다. 초반보다는 공 끝도 많이 좋아졌다. 퓨처스리그에서 선발로 던졌기 때문에 (상황이 되면) 최대 3이닝까지도 맡길 수 있다”며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3일 잠실구장에서 있었던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만난 고봉재는 “신인이라 긴장도 되지만 내 볼만 던지려고 노력한다. 점수 차가 있으면 경기 후반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조금은 든다. 감독님이 믿고 올려주셔서 감사하고 있다”며 최근 1군에서 생활하고 있는 점에 대한 짧은 소감을 밝혔다.
경남고 시절 같은 사이드암인 동기 한현희(넥센)에 가려 기회가 적었지만, 대학(호원대)에서는 에이스였다. 물론 프로에서는 적응기가 필요하다. “대학 때는 투수가 많지 않았고, 제구가 괜찮아서 많이 던졌는데, 여기(1군)는 좋은 선수가 정말 많은 것 같다. 내가 던질 수 있는 최고의 공을 던져도 여기서는 타자들이 쳐낸다”는 것이 고봉재의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투구를 통해 알 수 있듯 고봉재는 140km대 초반의 포심 패스트볼 구속을 보인다. 빠른 공은 아니지만 대신 사이드암이라는 희소성이 있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모두 준수하다. 그는 “체인지업도 슬라이더만큼 자신 있어 좌타자와의 승부에서도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한다. 3일 경기에서 오지환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는 장면을 통해 그는 좌타자 상대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1군에 올라오기 전 퓨처스 팀 투수코치들은 투구 시 왼 팔과 다리가 빨리 열리는 고봉재의 투구 폼 교정에 중점을 뒀다. 그는 “공에 역회전이 걸리고 제구도 안 되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광우, 문동환 코치님이 그런 점을 고쳐주셨다. 5월에 처음 올라왔을 때는 많이 떨어서 퓨처스리그에서 던지던 공을 못 던졌다. 후회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시즌 끝까지 1군에 남는 것이 목표다”라며 고봉재는 조심스럽게 각오를 밝혔다.
부산에서 자랐지만 아마추어 때부터 롯데가 아닌 두산을 좋아했던 점은 다소 특이한 점이기도 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선수들의 실력이 좋고, 유니폼도 멋있어서 옛날부터 좋아했다”고 한 뒤“1군에 와서 많은 관중들 앞에서 두산 유니폼을 입고 던질 수 있어 좋다”고 말을 이었다. 아직은 마운드의 중추가 아니지만, 3일 경기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투구가 계속되면 언젠가는 승부처에서도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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