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연패를 끊겠다는 SK의 집요함이 법력을 만들었을까. 결과적으로 성공을 불렀다. 연거푸 성공한 작전이 홈런 없이도 빅이닝을 만들어내며 끝내 연패에서 탈출했다.
SK는 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상대 선발 윤성환을 기어이 6회에 무너뜨린 끝에 8-4 역전승을 거뒀다. 상대 에이스급 투수와 연달아 만나는 통에 연패가 길어졌던 SK는 또 한 번의 위기 상황에서 가까스로 탈출, 5할 승률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사실 초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선발 박종훈이 1회 2점, 2회 1점을 내주며 0-3으로 끌려갔다. 2회 2점을 만회하기는 했지만 득점권에서의 결정력은 계속 아쉬웠다. 2-3으로 뒤진 2회 2사 1,2루에서는 고메즈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고, 3회 1사 1,2루 기회도 살리지 못했다.
그러자 SK 벤치가 적극적으로 경기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실패하기는 했지만 5회부터 시작이었다. 선두 고메즈가 좌중간 2루타로 출루하자 김재현에게 희생번트 지시가 나왔다. SK는 지난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희생번트를 댄 팀이었지만 올해는 희생번트 비율이 많이 줄었다. 2일까지 97경기에서 43개의 희생번트를 댔는데, 이는 리그 평균을 살짝 밑도는 수치다.
김재현이 희생번트를 투수 윤성환 앞으로 보내며 이 작전은 실패했지만 6회에는 상대 실책에 힘입어 기사회생했다. SK는 2-3으로 뒤진 6회 최정의 좌중간 안타와 김강민의 몸에 맞는 공으로 무사 1,2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SK는 대타 최정민을 내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박정권보다는 발이 더 빠른 최정민에게 ‘대타 희생번트’ 역할을 맡긴 것이다.
논란이 있을 수도 있는 장면이었지만 이는 포수 이지영의 3루 송구 실책으로 2루 주자 최정이 홈을 밟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SK로서는 운이 따른 셈이었다. 한숨을 돌렸고, 이어진 상황에서는 연타석 작전 성공이 나왔다. 3-3으로 맞선 무사 1,2루 상황에서는 이재원에게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작전을 주문해 성공을 거뒀다. 초구 번트 모션을 본 삼성 수비가 번트 포메이션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이재원이 좌전 안타를 만들어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SK 벤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윤성환을 상대로 비교적 감이 좋은 최정용에게도 번트 지시를 했다. 2,3루를 만들어 어떻게든 1점이라도 더 추가하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최정용이 깔끔하게 번트에 성공해 1사 2,3루를 만든 상황에서 고메즈가 삼성의 전진수비를 뚫고 2타점 중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SK 벤치의 의도는 대성공으로 끝났다.
SK는 이어진 1사 1루에서 김재현 타석 때 2구째에 런앤히트까지 걸었다. 올 시즌 성공률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작전이었지만 이번에는 적중했다. 김재현의 타구가 우익수 뒤에 떨어졌고, 일찌감치 스타트를 끊은 고메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홈까지 들어왔다. 작전이야 항상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없는 노릇. 그간 작전 수행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SK지만 오늘은 대성공으로 끝났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