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펜싱이 리우에서 런던 올림픽 신화 재현에 나선다.
한국 펜싱은 4년 전 런던 올림픽서 금 2, 은 1, 동 3개를 획득하며 역대 최고 성적과 함께 새로운 효자 종목으로 떠올랐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서 태극마크를 달고 피스트를 누빌 주인공은 14명이다. 에페 6명, 사브르 5명, 플뢰레 종목에 3명이 꿈의 무대에 나선다. 런던에서 금빛 칼을 휘둘렀던 구본길, 김정환, 김지연은 2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1초 오심으로 눈물의 은메달을 땄던 신아람과 여자 플뢰레 단체전서 동메달을 합작했던 전희숙과 남현희 등이 출전한다.
▲ 리우에서 런던 신화 재현한다
런던 신화의 비결은 유럽의 손을 잡는 빠른 발이었다. 스피드를 앞세운 발펜싱으로 유려한 손기술을 자랑하는 유럽을 눌렀다. 리우에서는 변화가 필수다. 한국의 발펜싱에 적응한 상대를 제압하려면 또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여자 플뢰레 간판 전희숙(33, 서울시청)은 "외국 선수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인 아주 어렸을 때부터 손펜싱을 배운다"면서 "반면 우리는 대부분 중고등학교 때 펜싱을 시작한다"고 환경의 차이를 설명했다. 전희숙은 "런던 때는 발이라도 잡으려고 했지만 지금은 그것만으론 안돼 기술 훈련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최명진(48) 여자 플뢰레 코치는 "런던 때는 훈련량이 엄청 났기 때문에 기술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면서 "체력을 바탕으로 많이 움직이고, 스피드 있는 펜싱을 구사해 효과를 봤다"고 했다. 최 코치는 "지금은 유럽이 우리를 분석한 상태라 스피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가속도가 제어가 안될 경우 단조로운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손기술을 훈련하고 있다"면서 "160km 직구만 던지는 투수가 슬라이더를 던지면 더 위력적인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남자 사브르 간판 구본길(27, 국민체육진흥공단)도 "한국 펜싱이 런던서 좋은 성적을 내 견제가 심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발과 손을 같이 훈련하면서 극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전희숙, 아버지 영전에 메달 바친다
'미녀 검객' 전희숙에게 리우 올림픽은 불굴의 도전인 무대다.
남현희와 함께 한국 여자 플뢰레를 대표하는 검객인 그는 2012 런던 올림픽서 남현희와 함께 플뢰레 단체전 동메달을 합작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서도 개인전 제패와 함께 한국의 단체전 3연패에 크게 공헌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전희숙의 왼쪽 무릎엔 테이프가 칭칭 감겨져 있다. 연골이 거의 없다는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수술과 재활의 터널을 거쳐 정신력으로 피스트를 누비고 있다. 누구보다 올림픽 시계가 촉박하게 돌아가고 있을 전희숙을 개막 한 달여를 앞두고 만났다.
전희숙은 "태릉선수촌에 들어온지 2~3주 됐다. 밖에서 재활을 많이 해서 경기 운영에 지장 없을 정도로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현재 몸 상태는 80% 정도다. 훈련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통증을 참고, 체력적인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전희숙의 눈빛은 살아 있었다. 자신감도 가득했다. 주어진 환경은 녹록지 않았지만 꿈과 희망을 찾았다. 자신감의 원천은 어마어마한 훈련량이다.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하루 12시간 넘게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시간이 얼마 없어 운동량을 늘렸다. 새벽 5시 반에 일어나서 점심 때 1~2시간 자는 것을 제외하곤 저녁 9시까지 훈련을 한다"고 미소 지었다.
전희숙은 고질적인 허리 디스크에 빈혈까지 안고 있다. 오랜 선수 생활로 얻은 영광의 상처다. 그럼에도 그는 "허리에 시술을 받은 뒤 약을 먹고 있다. 빈혈 철분제도 먹는다"고 웃어 보였다.
전희숙에게 리우올림픽은 두 번째 꿈의 무대 출전이다. 처음보다 익숙해졌을 법한데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간절함'과 하늘에 계신 '아버지' 때문이었다. 전희숙은 "마음이 편치는 않다. 런던에서 단체전 메달을 땄는데 이번엔 개인전 밖에 없다. 아직은 모르지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올림픽이라 더 간절하고 긴장도 많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돌아가신 아버지께 올림픽에 나가는 모습을 못 보여드렸다"면서 "이번에 잘해서 메달을 보여드려야 한다. 색깔도 중요하지만 무조건 메달을 갖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대진운은 좋다. 동료이자 라이벌인 남현희와는 결승에서나 만난다. 이번 대회서 여자 플뢰레 단체전은 열리지 않는다. 전희숙과 남현희는 태극마크를 달고 유이하게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 출전한다. 둘이 마지막 무대에서 금메달을 다투는 게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다.
최명진 여자 플뢰레 코치는 "전희숙은 승부욕이 강하고, 욕심도 많은 아이다. 부상에서 돌아와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다"면서 "런던 올림픽 개인전서는 긴장을 많이 해 역전패를 당했다. 전희숙의 강점인 힘 있는 펜싱을 잘 조절한다면 좋은 성적이 가능할 것"이라 전망했다./dolyng@osen.co.kr
사진=전희숙(가운데)-구본길(아래) / 한국온라인사진기자협회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