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2일 KIA전 이용규 스퀴즈작전 실패
이용규 희생번트 6개 이후 무득점만 4번
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타자에게 번트는 얼마나 효율적인 작전일까.
지난 2일 광주 한화-KIA전. 한화가 9-7로 리드한 7회초 1사 1·3루, 타석에는 이용규가 있었다. 볼카운트 1-1에서 한화 벤치의 스퀴즈 사인이 났다. 3루 주자 하주석이 스타트를 끊었지만 바깥쪽으로 빠지는 공에 이용규가 번트를 대지 못했다. 3루 주자 하주석이 협살에 걸려 아웃돼 2사 2루가 됐다.
이용규는 스퀴즈에 실패했지만 보란 듯 중전 안타를 뽑아내며 2사 1·3루 찬스를 이어갔다. 그러나 정근우가 2루 땅볼로 아웃돼 추가 득점에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확 달아나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 한화는 7회 1실점하며 1점차로 쫓겼고, 9회 결국 추가 2득점하며 9-10 충격의 역전패로 마무리했다.
결과론이지만 이용규의 스퀴즈 실패로 인한 추가점 불발이 뼈아팠다. 경기 후반 1점차의 중요성을 느낀 한화 벤치에서는 3루 주자가 발 빠른 하주석이고, 타자가 작전수행능력이 뛰어난 이용규란 점을 십분 활용하려 했다. 스퀴즈가 통했다면 묘수가 될 수 있었지만 실패로 돌아가며 자충수가 됐다.
이용규가 타율 1위(.362)를 달리는 수위타자란 점에서 아쉬움의 크기가 두 배였다. 이날 경기에도 스퀴즈 전까지 2안타 멀티히트를 칠 정도로 감이 좋았다. 발이 빠른 좌타자이기 때문에 병살의 위험성도 없었다. 2점차 리드에서 1점이라도 더 짜내기 위한 승부수였지만 이용규라서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이날 스퀴즈는 희생번트에 기록되지 않았지만 올 시즌 이용규는 총 6개의 희생번트를 성공했다. 주로 2번타자 테이블세터로 나서기 때문에 작전이 어느 정도 나올 수밖에 없는 타순이다. 김성근 감독의 경기 운용상 2번 타순은 작전이 많이 걸리지만 이용규에게 희생번트는 그렇게 큰 효과를 얻지 못했다.
6번의 희생번트 중 4번이 무득점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4월21일 사직 롯데전 6회 2점차 리드, 4월26일 대전 KIA전 7회 3점차 리드, 5월17일 포항 삼성전 1회 동점, 7월9일 대전 삼성전 6회 3점 리드 상황에서 모두 무사 1루에 희생번트를 성공시켰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득점 없이 물러나야 했다.
7월12일 잠실 LG전에는 5회 동점 상황, 무사 1·2루에서 이용규가 스리번트를 감행한 끝에 주자들을 한 베이스씩 진루시켰다. 한화는 송광민과 김경언의 적시타로 3점을 내며 리드를 잡았지만 7~8회 불펜이 4실점하는 바람에 역전패했다. 7월30일 잠실 두산전에는 1회 무사 2루에서 이용규의 희생번트 이후 2득점을 선취했지만 이날 경기는 10-9 스코어에서 나타나듯 난타전 끝에 경기 후반에야 갈렸다.
지난 2일까지 한화는 팀 희생번트가 54개로 삼성(64개)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타고투저 시대에도 다른 팀들에 비해 번트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다만 권혁-송창식에게 과부하가 걸려있고, 정우람이 불안불안한 최근 한화 불펜의 사정을 감안하면 무조건 다득점이 필요하다. 타격 1위 이용규에게 스퀴즈나 희생번트가 과연 효과적인 작전일지도 생각해봐야 할 때다. /waw@osen.co.kr
[사진] 광주=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