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승부조작 사태] ⑧ '셀프 반성 그만' KBO도 변해야 한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8.03 06: 32

야구계를 충격에 몰아넣은 승부조작 사태가 또 다시 불거진 가운데 야구를 비롯한 프로스포츠 전체가 위기감에 빠져 있다. 이번에야 말로 악의 뿌리를 뽑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했다. OSEN는 현재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최근 프로야구계를 떠들썩하게 한 승부조작 사태는 기본적으로 선수의 개인적 일탈이 전제되어 있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구단, 그리고 리그 발전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KBO(한국야구위원회)도 분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4년 전 경악스러웠던 승부조작 사태에서 얻은 것이 없다는 비판도 그래서 나온다. 
최근 사태에 대한 구단과 KBO의 대처는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국민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였고, 사태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라나 당시에 비해 처벌에 대한 행정적 절차만 조금 더 빨라졌을 뿐, 그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기가 어려워 보인다. 결국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목마름만 더 커지는 구조다. 이는 KBO 리그 조직의 특수성과도 연관이 있다.

미 메이저리그(MLB)의 경우 커미셔너가 강한 권력을 가지고 현안을 추진한다. 그리고 야구나 구단과는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는 이가 그 자리에 앉는다. 현재 커미셔너인 랍 만프레드 또한 변호사 출신으로 MLB와 협력적으로 일을 하다 커미셔너까지 오른 케이스다. 구단과 리그 전체의 이익이 상충하는 부분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중재를 하고, 때로는 직권으로 일을 처리하기도 한다.
그 막강한 권한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커미셔너의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각 부문별로 다양한 경력을 가진 총 6명의 부사장을 두고 있다. 그 부사장 밑에 또 전문적인 인력들이 모인다. 여기에 선수노조가 활성화되어 있어 현안에 대해 폭넓은 논의가 가능하다. 한때 파업과 같은 극단적 대치 상황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끈질기게 돌파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각 분야별로 전문성이 확보되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여건이다.
이에 비해 KBO는 총재의 권한이 너무 약하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만한 구멍이 막혀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현 구본능 KBO 총재는 기업인 출신으로 야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애정을 갖춘 인물로 신망을 얻고 있다. 그러나 총재와 실무적으로 움직이는 KBO보다는 각 구단 사장이 모인 KBO 이사회가 절대 권력을 쥐고 있다 보니 시급한 사안이 적시에 처리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승부조작 사태에 대한 KBO의 대응 방식도 이러한 꽉 막힌 구조와 연관이 있다는 평가다. 한 관계자는 “정말 KBO가 강도 높은 개혁을 하고 싶다면 이번 사태에 있어 강력한 대응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사회에서 그런 점에 소극적이다. 자신들의 살을 깎아내야 하는데 아무도 이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일침하면서 “꼭 승부조작 뿐만 아니라 퓨처스리그 활성화, KBO 통합 마케팅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구단 이기주의로 번번이 발목이 잡히고 있다. 이사회라면 최고 의결기구인데, 기업에서 나와 야구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장들이 이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KBO 조직도의 큰 그림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도 KBO는 몇몇 전문위원회를 가지고 있지만 활용도가 떨어지는 평가다. 이사회의 경직성은 여전하고 현 구조상 앞으로도 쉽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대세다. KBO 실무자들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어차피 ‘셀프 반성’은 한계가 있다. 이에 “이제는 외부에서 신선한 자극을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인식이 야구계에서 퍼지고 있다. 감독 출신으로 KBO 전문위원회에 몸담은 경험이 있는 한 야구인은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KBO나 이사회도 자신들의 하는 일에 ‘감사’를 받는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승부조작 사태는 별도의 외부 전문위원회를 만들어 KBO와 협력해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법률가 집단이 상시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수도 있고, 조금은 아프더라도 때로는 공권력의 힘을 빌릴 수도 있다. 관용 없는 조사와 처벌이 되려면 ‘제 식구 챙기기’ 우려가 있는 내부보다는 외부에서 일을 맡는 것이 더 투명하고 팬들의 신뢰를 재고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이사회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사외이사제도’ 도입도 시급하다. 사외이사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KBO 전반에 걸쳐 폭넓은 조언과 전문지식을 제공할 수 있다. 밀실에서 이뤄지는 이사회 결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때로는 발전적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KBO 이사회에서 좀 더 건설적인 논의가 더 많이 이뤄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이미 민간기업에서는 사외이사제도가 활성화되어 있고 효과도 보고 있다. 회사의 경영진에 속하지 않는 사외이사는 대주주의 독단경영과 전횡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이들이다. 경영진과도 직접적인 관계가 없기 때문에 좀 더 객관적인 시각을 제공할 수 있다. KBO 또한 경영진이라고 할 수 있는 이사회와 이해관계가 없고, 각 부문별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이들의 사외이사 등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만하다. 리그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는데, 이를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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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승부조작 사태] ⑥구단, KBO만 바라보면 안 된다
[긴급진단 승부조작 사태] ⑦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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