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KIA전 카스티요 깜짝 마무리 대실패
정우람 거듭된 부진, 신뢰도 하락 이유는?
한화의 카스티요 깜짝 카드의 실패, 근본적 문제는 결국 정우람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었다. 한 박자 늦게 내민 마무리 카드는 끝내기 패배로 돌아왔다.
한화는 지난 2일 광주 KIA전에서 충격의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9-8로 앞선 8회부터 한화 불펜에선 두 명의 투수가 같이 몸을 풀었다. 마무리 정우람과 함께 외국인 투수 파비오 카스티요였다. 지난달 29일 잠실 두산전 4⅓이닝 98구를 던진 뒤 3일을 쉰 카스티요는 4일 광주 KIA전 선발투수로 나설 차례였다.
결국 9회말 1점의 리드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카스티요였다. 그러나 카스티요는 브렛 필-나지완-이범호에게 공 5개 만에 3연속 안타를 맞고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동점이 된 뒤에야 정우람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폭투 이후 작전을 써야 했다. 투아웃을 잡았지만 박찬호에게 끝내기 안타로 졌다.
여기서 근본적인 문제는 카스티요의 등판 자체가 김성근 감독이 정우람을 믿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우람의 성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7월 한 달간 2패2세이브 평균자책점 7.84로 흔들렸다. 6월까지 31경기 45⅔이닝을 던지며 2개에 그쳤던 피홈런이 7월 10⅓이닝 만에 4개로 늘었다.
거듭된 마무리 실패로 정우람의 부담도 상당했다. 그렇다고 9회 1점차 리드 상황에서 이틀 뒤 선발투수를 마무리로 쓸 만큼 정우람의 신뢰도가 떨어진 건 앞으로 불펜 운용에 있어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정우람이 이날 뒷수습을 잘했다면 몰라도 결과적으로 시즌 3번째 끝내기 투수의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또 하나 드는 물음표는 과연 정우람의 몸 상태다. 6월까지 정우람은 블론세이브 5개에도 평균자책점 3.15, WHIP 1.03, 피안타율 2할1푼에 불과했다. 그러나 7월 이후 평균자책점 7.36, WHIP 1.36, 피안타율 3할1푼으로 급상승했다. 정우람 특유의 정교한 제구가 되지 않으면서 포수 머리 위로 높게 뜨는 어이없는 볼이 많아졌다. 단순히 자신감 저하만으로 보기 어렵다.
정우람은 지난달 LG와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통째로 쉬었다. 등판은 물론 불펜에서도 몸을 풀지 않았다. 팔 상태가 좋지 않았고, 치료를 받으며 후반기를 준비했다. 팔에 통증을 안고 있는 상태에서 좋은 공을 뿌리지 못했고, 치료 후 후반기에도 부진이 더 깊어지고 있다. 여러 전문가들이 "정우람의 팔이 제대로 넘어오지 못한다. 공을 밀어서 던지며 장점인 제구가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권혁이나 송창식에 비해 관리 받은 정우람이라고 하지만 마무리투수 중 가장 많은 56⅔이닝으로 순수 구원이닝 3위에 올라있다.
지금처럼 마무리를 믿지 못한다면 한화의 불펜 운용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정우람의 상태가 회복될 때까지 어떤 식으로든 불펜 운용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카스티요 깜짝 마무리 카드는 한 번 통할지 몰라도 두 번은 먹히지 않았다. 중요한 순위 싸움 승부처, 한화 벤치의 결단력이 절실해졌다. /waw@osen.co.kr
[사진] 광주=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