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구속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다 해봤다."
넥센 히어로즈 투수 양훈(30)은 지난해 트레이드로 팀을 옮긴 뒤, 빠른공의 구속 회복에 중점을 두고 훈련을 소화해나갔다. 염경엽 감독을 비롯한 넥센 코칭스태프 역시 130km대로 떨어졌던 양훈의 구속을 140km까지 끌어올릴 때까지는 1군 마운드를 밟지 못하게 했다.
결국 140km 초반대까지 구속을 끌어올렸고, 양훈은 지난해 넥센의 후반기 선발진에 힘을 불어넣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봤고, 내심 토종 선발 에이스 역할까지 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묵직한 구속을 갖추는 것은 어려웠다. 양훈의 빠른공은 더 이상 빨라지지 않았고, 여기에 제구력에서도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양훈은 올해 전반기 동안 10경기(9선발) 1승4패 평균자책점 7.21의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분명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그러나 염경엽 감독은 여전히 양훈에 대한 기대를 거두지 않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앞으로 하위 선발 투수들은 양훈과 최원태, 박주현 3명이 돌아가면서 맡게 된다"면서도 "그래도 양훈이 4선발로 일단 자리를 잡아주는 것이 우리 팀에는 가장 이상적인 로테이션이다. 5선발만 번갈아가면서 로테이션을 도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일단 4명의 선발 투수를 맞춰놓는 것이 팀 전력의 안정에도 큰 공헌을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사실. 염경엽 감독은 투수진, 더 나아가 팀의 안정을 위해선 양훈이 4선발에 자리를 잡아주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래도 최원태나 박주현보다는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
그러나 염 감독은 전제조건을 붙였다. 본인의 투구 스타일을 바꿔 제구력이 살아나야 한다는 것. 양훈은 올해 등판한 10경기에서 모두 볼넷을 허용했다. 9이닝 당 볼넷 허용은 3.88개다. 대신 삼진은 9이닝 당 2.77개에 불과하다. 이제는 힘으로 타자들을 압도할 수 없다는 것이 염경엽 감독의 판단이다.
염 감독은 "제구력을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양)훈이는 이제 구속으로 승부를 보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예전처럼 146km의 빠른공을 뿌리는 것은 무리다"면서 "훈이의 구속을 올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다 해봤다. 1년 반 동안 노력했다. 그런데 구속이 올라오지 않았다. 구속 상승은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염 감독의 지도 스타일 상, 양훈의 스타일 변화에 강압적으로 요구하지 않을 전망이다. 염 감독은 "아무리 내가 가르쳐주고 말로 인지를 시켜준다고 하더라도 선수들이 스스로 깨우치고, 움직이고 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수가 스스로 깨우치고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 염경엽 감독의 의중이다.
양훈이 '후반기 히든카드'가 되기 위해선 염경엽 감독이 말한 변화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