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로테이션에 다시 공백이 찾아온 롯데가 박진형(22)의 선발 재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모험 속의 안정이다.
박진형은 올해 롯데 투수진에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이자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시즌 초반, 박진형은 패전조부터 시작해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더니 추격조에 이어 필승조에 준하는 역할까지 도맡으면서 불펜진의 두께를 더했다. 그리고 시즌 초반 선발진이 붕괴된 가운데 임시 선발로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차기까지 했다.
4월 7경기 평균자책점 3.72으로 가능성을 보인 뒤, 5월 첫 6경기에서 2홀드 평균자책점 2.35의 수준급 불펜 역할을 해냈다. 이후 임시 선발로 돌아섰고 첫 선발 등판이던 5월 22일 사직 두산전에서 5이닝 2피안타 3볼넷 1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이후 박진형은 6경기에 선발로 나섰고, 총 7경기(31⅓이닝) 3승1패 평균자책점 6.03의 선발 성적을 남겼다. 크게 무너졌던 2경기(6월9일 SK전 2⅔이닝 6실점, 6월21일 KIA전 1⅓이닝 5실점)을 제외하곤 모두 5이닝 이상 소화했고, 이 2경기를 제외하면 평균자책점은 4.22까지 떨어진다.
7월 들어서 송승준과 노경은, 2명의 베테랑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고, 불펜진의 두께 역시 얇아지자 박진형은 다시 불펜으로 돌아갔다. 불펜 전환 이후 박진형은 초반 4경기 연속 실점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이후 5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안정을 찾았다. 최근 경기들에서는 다소 난조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박진형이 잠시의 과도기를 겪고 적응기로 돌입하려는 찰나. 롯데는 다시 한 번 투수진, 특히 선발진이 무너졌다. 송승준은 29일 kt전(2이닝 7실점)을 끝으로 송승준은 2군으로 내려갔다. 송승준의 연이은 부진에 조원우 감독의 선발진 고민도 다시 시작됐다.
결국 조원우 감독은 고심 끝에 박진형의 선발 재전환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조원우 감독은 "현 시점에서는 박진형이 선발 경험도 있고, 다시 기회를 줘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면서 "이성민도 아직 준비가 덜 됐고, 김원중도 이제 막 공을 다시 잡기 시작했다. 송승준이 제 컨디션을 찾기 전까지 박진형은 선발로 활용할 것이다"면서 박진형의 선발 재전환의 이유를 밝혔다.
박진형 개인으로서는 다소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시즌이다. 그러나 조원우 감독으로서도 박진형의 선발 재전환이 고육지책이었다. 모험 속에 안정이다. 자칫 선발과 불펜 모두 난조에 빠지게 되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명과 암이 분명하다.
박진형은 불펜으로 돌아선 뒤 선발과 셋업맨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그러나 박진형이 빠지면서 이 자리에 대한 고민은 생겼다. 자원들은 있지만 물음표가 따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홍성민과 박시영, 최근 1군에 복귀한 정대현이 박진형이 맡았던 역할을 해내야 한다. 또한 박진형의 잦은 보직 변동은 몸 관리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모험이다.
그러나 박진형의 올시즌 선발 경험을 무시할 수 없었다. 대체 선발로 나섰지만 어떻게든 이닝을 버텨나가는 힘을 갖췄고, 빠른공과 포크볼로 풀어가는 경기 운영은 현재 대체 선발 후보군 중에서 가장 나은 편이다. 치열한 5강 다툼을 펼치는 가운데서 조원우 감독은 또 한 번 구멍난 선발진을 메우기 위해 안정된 카드를 택했다.
여러모로 롯데 투수진에서 박진형의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만큼 박진형의 어깨에 올려진 짐도 크고, 조원우 감독의 부담도 커졌다. 박진형의 선발 재전환이 롯데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줘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