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으로 돌아간 유희관, 부진 되풀이 없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8.03 05: 54

4년 연속 10승에도 진지하게 초심 언급
고민하고 땀 흘리며 슬럼프 탈출 성공
 유희관(30, 두산 베어스)이 초심으로 돌아갔다. 승리투수가 된 뒤에도 지금까지의 유쾌함보다는 진중함이 묻어났다.

유희관은 지난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7이닝 4피안타 5탈삼진 1실점 호투했고, 팀의 12-1 승리 속에 승리투수가 됐다.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도 달성하며 팀 역사에서 자신의 페이지를 하나 더 추가했다. 다음 시즌에도 10승을 해내면 김상진(1991~1995)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역대 두산 투수 가운데 연속 두 자릿수 승리 기록(5년) 보유자가 된다.
하지만 10승째를 따낸 직후 인터뷰할 때 유희관의 표정은 사뭇 비장했다. 평소 농담도 즐기는 유희관이지만, 이날 인터뷰에서는 거의 진지한 이야기만 오갔다. 그는 “아홉수를 끊으면 기쁠 줄 알았는데, 막상 이기고 나니 만감이 교차했다”는 말부터 시작했다.
이어 “특히 ‘유희관 허슬두 데이’를 맞아 첫 승 인터뷰 영상을 보며 지금 야구를 하는 것에 감사하고 초심을 찾으며 지난 4년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천천히 말했다. 10승 이전까지 3연패를 당하는 동안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다. 머리도 짧게 자르고, 자신이 등판하지 않는 날에도 묵묵히 러닝과 피칭에만 집중하는 등 그는 연패 기간 와신상담하는 모습을 보였다.
10승으로 자신감을 찾은 것은 수확이다. “지난 2주간 아홉수도 걸리고 연패하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졌던 것 같다. 내 주 무기였던 몸쪽 승부를 하지 못하고 단조로운 승부를 하게 됐다”는 유희관은 “자신감을 찾을 수 있어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볼넷이 없었다는 점만 봐도 그가 얼마나 과감한 승부를 펼쳤는지 알 수 있었다.
미안한 마음도 조금 덜어냈다. 그는 “니퍼트가 빠져 있었는데 (부진해서) 다른 선수들에게도 미안했다. 팀이 1위를 지킬 수 있도록 힘을 더 보태고 싶다”며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전했다. 앞으로는 미안하다는 표현보다는 좋은 피칭으로 보여주면 된다.
매년 최소 한 번씩은 크고 작은 슬럼프에 빠졌던 유희관이지만, 이제는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나온 모습이다. 개인 3연패를 끊기 위해 고민하고 땀을 흘리던 과정을 통해 초심까지 되찾았고, 진지한 자세로 좋은 흐름을 이어가려 하고 있다. 부진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다짐도 엿보였다. 그가 아홉수에 묶여 있는 동안 선두 두산은 NC에 2.5경기차로 쫓기기도 했지만, 이제 반등할 동력 하나를 더 얻었다.
다음 목표는 5년, 그리고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둬 팀 내 최고 기록을 자신의 기록으로 만드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유희관은 “의식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두산 좌완 하면 유희관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다”며 야심도 숨기지 않았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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