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순간의 선택이 너무나 큰 결과를 초래했다. 루이스 히메네스(29, LG 트윈스)의 지나친 의욕은 흐름을 완전히 내주는 결정이 됐다.
히메네스는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가 큰 실수를 범했다. 상황이 일어난 것은 팀이 1-0으로 앞서던 3회초 1사 2루. 류지혁의 2루 방면 내야 안타 때 깊은 곳으로 간 타구를 잡은 손주인은 3루에서 꽤 멀리 벗어나 있던 김재호를 잡기 위해 3루로 공을 던졌다.
이때 손주인의 송구를 받은 3루수 히메네스는 홈으로 방향을 전환한 김재호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따라가다 홈에 있던 포수 박재욱에게 공을 던지면 태그아웃을 시키면서 류지혁이 3루까지 오는 것도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히메네스는 홈 플레이트 부근까지 공을 들고 쫓아왔고, 날아서 태그를 시도했다. 배병두 주심은 세이프를 선언. LG 벤치는 심판 합의판정을 요청했고, 리플레이 화면을 본 심판진은 공을 가지고 있지 않던 박재욱이 김재호와 부딪힌 것을 발견하고 홈 충돌 방지 규정 위반에 의한 세이프라는 판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이날 경기 대기심이었던 박종철 심판은 “다른 베이스와 다르게 홈에서만큼은 아웃/세이프를 가지고 합의판정을 신청하더라도 홈 충돌 방지 규정까지 포괄적으로 판정하고 있다. 합의판정 후 다른 팀에서 다시 어필할 수 있어 스피드업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플레이 이후다. 호투 중이던 데이빗 허프는 이어진 1사 3루에서 허경민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낸 뒤 정수빈의 투수 땅볼을 직접 잡았으나 2루를 쳐다본 뒤 다시 1루도 봤지만 어디에도 공을 던지지 못하고 역전을 허용했다. 그리고 민병헌의 유격수 방면 내야안타 후 만루가 됐고, 김재환 타석에서 박재욱은 포일과 실책을 함께 범해 주자 2명을 홈에 불러들였다.
결국 김재환의 우전적시타 후 양상문 감독은 박재욱을 빼고 유강남을 투입했다. 그러나 허프가 무너지는 것까지 막지는 못했다. 겉잡을 수 없이 무너진 허프는 닉 에반스의 중전안타와 2사 후 외야 좌측으로 날아간 김재호의 2타점 2루타, 박세혁의 우전적시타 후 유재유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기록상 허프는 2⅔이닝 8피안타 8실점했음에도 자책점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개인 기록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배터리가 동시에 무너진 LG는 급격히 붕괴되며 1패를 추가했다. 히메네스가 패배로 이어지는 결정적 실책을 범한 탓이다. 경험이 부족한 박재욱이 홈 플레이트보다 앞에 나와 있었던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적절한 타이밍에 던지지 못한 히메네스의 실수가 더 컸다. /nick@osen.co.kr
[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