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에서 탈출한 유희관(30, 두산 베어스)이 팀의 좌완 역사에 또 하나의 페이지를 추가했다.
유희관은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7이닝 4피안타 5탈삼진 1실점했다. 공수에 걸친 야수들의 도움이 있었고, 팀의 12-1 승리 속에 그는 시즌 10승(4패)에 성공했다.
이날 유일한 실점은 1회초에 나왔다. 1사에 손주인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맞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후 유희관은 한 점도 내주지 않았고, 93개의 공으로 경제적인 투구를 하며 7이닝을 소화했다. 볼넷 없이 4피안타가 전부였다.
빠른 볼카운트에 과감한 승부를 하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잡았고, 팀이 3회말 긴 공격을 했음에도 경기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도 줬다. 포심 패스트볼의 최고 구속은 134km로 여느 때와 같았고, 주 무기인 싱커는 물론 슬라이더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이 눈에 띄었다.
지난 2013년 10승 7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53으로 처음 10승 고지를 밟은 그는 이날 승리로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에 성공했다. 두산의 토종 좌완투수가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낸 것은 유희관이 처음이다.
선발투수로 거듭난 이후 유희관은 두산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토종 좌완 가뭄에 시달리던 OB와 두산의 역사에서 2년 연속 10승을 수확한 토종 좌완투수도 유희관이 처음이었다. 유희관의 등장은 두산 좌완 왕국 건설의 출발점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산을 넘어 리그 전체로 봐도 유희관은 이제 최고의 좌완 중 하나다. 2013년부터 거둔 50승은 같은 기간 KBO리그 좌완들 중 단연 1위다. 잠시 자리를 비웠던 앤디 밴헤켄(넥센, 48승), 양현종(KIA, 46승), 김광현(SK, 44승) 등을 넘는 기록이다.
유희관의 호투를 통해 두산은 KBO리그의 특정 요일 최다 연승 기록까지 가졌다. 화요일 17연승에 성공한 두산은 1985년 삼성의 수요일 16연승을 넘어섰다. 한 주의 시작이 좋은 선두 두산은 2위 NC와의 승차도 3경기로 벌렸다. /nick@osen.co.kr
[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