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대로다. KIA의 원투펀치가 팀의 대약진을 이끌고 있다. 무엇보다 꾸준하게 이닝을 소화하는 능력은 팀의 ‘보물 1호’라고 할 만하다. 동반 200이닝의 역사적 기록도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현종과 헥터는 7월 30일과 3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이틀 연속 완투승을 합작하며 팀의 6연승에 방점을 찍었다. 양현종은 30일 9이닝 동안 1실점 완투승을 거뒀고, 헥터는 31일 경기에서 9이닝 동안 5실점하기는 했으나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두 경기 모두 1점차 승부(2-1, 6-5)였음을 생각하면 살 떨리는 승부에서도 버틴 두 선수의 투지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29일 경기에서 이기기는 했지만 불펜 소모가 컸던 KIA였다. 여기에 불펜은 고질적인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KIA이기도 하다. 31일 SK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고효준을 수혈한 것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현종과 헥터의 동반 완투승은 KIA에 주는 메시지가 컸다. 양현종은 30일 121구, 헥터는 31일 127구를 던지는 투혼을 발휘했다.
두 선수가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것은 자신들의 의지였다. 양현종은 전날(29일) 불펜소모가 많다는 것을 알고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헥터도 9회 타구에 맞는 등 위태로운 상황이 있었지만 교체 여부를 묻는 코칭스태프를 손짓으로 돌려보낸 끝에 값진 완투승을 따냈다.
두 경기는 두 선수의 이닝소화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두 선수 모두 나란히 21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헥터는 리그 전체 1위인 142⅓이닝, 양현종은 전체 2위인 140이닝을 기록 중이다. 두 선수가 소화한 이닝만 무려 282⅓이닝이다. 타 팀 원투펀치에 비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두 선수 모두 몸 상태에는 문제가 없음을 자신하며 200이닝 도전을 공히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목표는 달성이 가능해 보인다. KIA는 아직 49경기가 남아있고, 두 선수는 대략 10경기 내외 추가 등판이 가능하다. 물론 시즌 막판 체력적인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현재 페이스가 크게 꺾이지만 않는다면 동반 200이닝 도달도 꿈은 아니다.
최근 들어 타고투저의 흐름, 압도적인 에이스가 사라지는 흐름에서 200이닝 소화 자체가 쉽지 않다. 지난해에도 조쉬 린드블럼(롯데·210이닝)과 에릭 해커(NC·204이닝)만이 200이닝을 넘겼다. 21세기 이후로는 보통 1년에 1~3명 정도가 나왔고 2014년처럼 아예 없는 해도 있었다.
이런 흐름에서 한 팀에서 동반 200이닝이 나온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다. 한 팀 동반 200이닝 소화가 나온 것은 2001년 SK의 에르난데스(233⅔이닝), 이승호(220⅔이닝) 듀오가 마지막이다. 양현종과 헥터가 이 고지에 이른다면 무려 15년 만의 대업이 나오는 셈이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는 그 가능성이 꽤 높아 보임이 분명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