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어느 팀에서 떠난 선수들이 다른 팀에 가서 잘하면 배가 아프기 마련이다. '여기서 잘하지'라는 아쉬움도 남을 법하다.
그렇기에 프로스포츠에서 이별이 아름다운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런데 올해 넥센 히어로즈가 웃으며 보낸 선수들이 잘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4월 6일 무상 트레이드를 통해 KIA로 떠난 서동욱과 지난달 22일 웨이버 공시 후 29일 kt로 이적한 좌완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의 이야기다.
넥센은 4월 서동욱을 아무런 조건 없이 KIA로 보냈다. 염경엽 감독은 형식상의 트레이드 후 "우리 팀에 있으면 기회를 많이 줄 수가 없다. 선수를 낭비하는 셈이다. 더 좋은 기회를 받을 수 있는 곳에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넥센 관계자는 "우리 팀은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더 많이 주는 편이기 때문에 스프링캠프에도 들지 못했지만 대만에서 정말 열심히 했다"고 서동욱의 선전을 바랐다.
서동욱은 KIA 이적 후 첫 경기였던 4월 19일 삼성전에서 대타 홈런을 때려내며 화끈한 신고식을 보여줬고 올 시즌 81경기에 나와 81안타(10홈런) 48타점 49득점 타율 3할8리로 쏠쏠함을 넘어 기대 이상의 활약 중이다. 염 감독은 "선수가 가서 잘하면 더 좋은 것"이라고 서동욱을 보는 흐뭇한 마음을 전했다.
이번 주인공은 피어밴드였다. 피어밴드는 지난달 15일 앤디 밴 헤켄이 일본 세이부에서 웨이버 공시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촉각을 곤두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예감대로 팀은 밴 헤켄을 다시 영입했고 피어밴드를 웨이버 공시했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피어밴드는 팀과 이별하며 "팀을 구할 때까지 훈련할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래도 팀의 에이스였던 피어밴드가 잘되기를 바랐던 넥센은 기꺼이 훈련 장소를 제공하기로 했고 피어밴드는 웨이버 공시된 후 일주일 동안 선수들이 오기 전인 오전에 고척돔에서 러닝 등 훈련을 하며 꾸준히 몸을 만들었다. 피어밴드는 29일 kt에 입단했고 31일 수원 롯데전에서 8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이며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염 감독은 피어밴드가 웨이버 공시된 뒤 "다른 팀에 가서 정말 잘했으면 좋겠다. 어떻게 보면 피해를 본 선수다. 못한 것도 아닌데 밴 헤켄이 돌아오면서 자리가 없어졌다. 어디서든 잘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염 감독의 말대로 타팀에 가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있는 넥센이다. /autumnbb@osen.co.kr